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영앤 Feb 15. 2024

마흔앓이 2년차, 친절할 결심



('-') ❤️



마흔은 아프다.

몸도 아프고 마음도 아프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고,

내가 무엇을 잘했었는지 모르겠고,


생각의 시작과 끝이 희미해지고,
짜증 섞인 행동도 늘고 있다.

설 연휴, 가족 모임을 하다가
'청소년 우울증'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내가 사는 목동은 학구열이 높은데,
스트레스 받는 아이들이 많아서인지
소아정신과도 수두룩하다.

옆집 누구는.. 친한 선배 아이는...등등
이런 저런 얘기가 오가다가

청소년 우울증의 초기 증상 중 하나로
'남 탓이 는다'는 말을 들었다.

"너희 애들은 아직 어리지만, 기억할게 있어. 

나중에 애들 입에서 남 탓하는 말을 자주 꺼내면 초기 우울증을 의심해 봐야 해!"

.....???

입밖으로 꺼내진 않았지만,
순간 마음이 덜컹했다.

'그건 나 아닌가?'....

세상이 내 맘 같지 않던 지난 시간들,
그 중에 정말 후회하는 몇 개의 선택들.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나는 점점 남 탓이 늘고 있었다.

특히, 직장에서 상사와 갈등이 있으면,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 해결하지 않고
'더러워서'라며 상황을 회피했다.

그 결과
자발적이지만 진짜로 원하지는 않았던
이상한 이직을 반복했고,
새 직장에서 아무리 성과가 높아도
기쁘거나 만족스럽지 않았다.

깊은 빡침으로 선택한것은
결국 부작용을 남긴다.

아무리 자발적인 선택과 결정이어도
할퀴어진 상처를 덮어두기만 했기에
켈로이드처럼 울룩불룩 부풀어올라
결국은 눈에 도드라진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 단계인데,

남 탓하는 단계가 지나니
내 탓하는 단계가 왔다.

후회를 반복하고
마음속 짜증이 늘어나더니
결국 화살을 나에게 쏜 것이다.

나는 세상에서 나를 가장 불편하게
만드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그렇게 마흔앓이 2년차가 되었다.

1년차에는 휘몰아치는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 허둥댔는데,

2년차가 되니
스스로 박은 화살 위치가 어디쯤인지
깊이가 대략 얼마 만큼인지 인지했다.

즉, 상황파악이 된 것이다.

상처가 커지지 않도록,
그 구멍에 염증이 생기지 않도록,
슬슬 돌려서 조금씩 빼내고 있다.

스스로 박아놓은 화살을 뽑다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괴롭히는 사람이 나라면,
세상에서 나를 가장 친절하게 대하는 사람도 

내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나에게
친절하기로 결심했다.

이제 나는 나에게
친절한 사람이 되줘야겠다.

프라이버시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내가
브런치에 얼굴을 내놓고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나에게 친절한 습관을 들이려고,
둘째, 나처럼 마흔앓이로 힘든 친구들도 

그들 스스로 친절해지길 바래서.

이제, 스스로에게 친절할 결심을 하자.


('-') ❤️






작가의 이전글 5년 뒤, 나는 루브르 가이드가 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