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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앤 Feb 25. 2024

여수 밤바다

늦겨울, 동백꽃, 여수 돌산에서

여수에 왔다.

동백이 피었다.

봄인가 했다.


밤바람이 차다.

돌산과 경도 사이에 흐르는 바다에는

잔잔한 파도 위로

철새 무리가 지나간다.

차갑고 조용하다.


밤공기 쐬러 방 문을 여는 순간

‘어익후야!’

외투를 걸치러 다시 방 안에 들어온다.

차가운 바람에

5분도 채 서있지 못한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해가 밝았다.

아이들은 돌멩이를 좋아한다.

심심했던 아이들은

리조트 마당에 깔린 자갈을 가지고

한참을 논다.


“엄마 같이 놀아요~~”

둘이 놀다 심심해진 쌍둥이들은

엄마를 소환한다.


책을 읽으려 자세를 잡았던 나는

아이들 눈치를 살핀다.

엄마를 세 번 부른다.

이럴 때 안 놀아주면 투정으로 바뀐다.


아이들 옆으로 다가가

돌을 몇 개 만지작 거린다.


어제 무슬목 해변에서 본

조약돌 탑이 생각나서

얇은 돌을 찾아 쌓았다.


쌓다보니

더 이쁜 돌을 찾게된다.

넓적하고 얇은 돌 어딨 나..

자갈을 들춰보다가,


“어? 쑥이다. “


돌무더기 사이로

작은 초록빛이 보였다.

봄인가?

....

봄이네!

봄이 왔네.


아직 바람은 차가워도

초록 생명은 돌 사이를 헤집고

세상을 향해 나오고 있다.


저 돌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느라

너 참 애썼다.


내 눈엔

오동도에 가득한 빨간 동백꽃보다

쑥, 네가 더 아름답다.


겨울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봄을 알려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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