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겨울, 동백꽃, 여수 돌산에서
여수에 왔다.
동백이 피었다.
봄인가 했다.
밤바람이 차다.
돌산과 경도 사이에 흐르는 바다에는
잔잔한 파도 위로
철새 무리가 지나간다.
차갑고 조용하다.
밤공기 쐬러 방 문을 여는 순간
‘어익후야!’
외투를 걸치러 다시 방 안에 들어온다.
차가운 바람에
5분도 채 서있지 못한다.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해가 밝았다.
아이들은 돌멩이를 좋아한다.
심심했던 아이들은
리조트 마당에 깔린 자갈을 가지고
한참을 논다.
“엄마 같이 놀아요~~”
둘이 놀다 심심해진 쌍둥이들은
엄마를 소환한다.
책을 읽으려 자세를 잡았던 나는
아이들 눈치를 살핀다.
엄마를 세 번 부른다.
이럴 때 안 놀아주면 투정으로 바뀐다.
아이들 옆으로 다가가
돌을 몇 개 만지작 거린다.
어제 무슬목 해변에서 본
조약돌 탑이 생각나서
얇은 돌을 찾아 쌓았다.
쌓다보니
더 이쁜 돌을 찾게된다.
넓적하고 얇은 돌 어딨 나..
자갈을 들춰보다가,
“어? 쑥이다. “
돌무더기 사이로
작은 초록빛이 보였다.
봄인가?
....
봄이네!
봄이 왔네.
아직 바람은 차가워도
초록 생명은 돌 사이를 헤집고
세상을 향해 나오고 있다.
저 돌 사이를 비집고 올라오느라
너 참 애썼다.
내 눈엔
오동도에 가득한 빨간 동백꽃보다
쑥, 네가 더 아름답다.
겨울이 영원할 것 같았는데
봄을 알려줘서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