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에 책이 있어야 하는이유 1-
책 이야기를 더 해보자. 많은 고민 끝에 유아전집을 샀다면 아깝지 않게 마르고 닳도록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엄마부터 책에 애정을 가져야 한다. 책을 읽어주는 사람은 바로 엄마이기 때문이다.
[자연관찰책 활용하기]
천재는 자연이 만든다.
수재는 사람이 만든다.
- 하야미네 가오루, 문장 교실 중에-
자연관찰 책을 아이에게 읽어 주기 시작하면서 엄마인 나부터 자연의 신비로움을 알게 되었다. 북극곰은 차가운 얼음을 밟고 서 있기 위해 발바닥에도 털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정말 신기했다. 아빠 펭귄은 알을 발등 위에 놓고 부동자세로 알이 부화하기를 기다리고, 전갈이 새끼들을 등에 업고 다니는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입이 벌어질 정도로 경이로웠다. 생명의 탄생과 자연의 신비를 어른인 나도 아이들의 책을 통해 알게 되면서 “우와 너무 신기하다!”를 연발할 때면 아이들은 방글방글 웃었다.
첫째 아이는 자연관찰 책을 좋아한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이 아이는 동물에 흥미가 많은 아이였다. 책이 처음 집에 왔을 때, 표지에 있는 사진을 보고 “개”라는 개체의 이름을 읊어주면 책장을 넘겨가며 사진을 보고 집중했다. 불과 31개월인 아이였을 뿐인데 엄마조차도 생소한 자연관찰책에 빠져들었다. 단 3일 만에 전집으로 구성된 50여 권의 책을 다 훑었다. 그렇게 사진을 보며 한 번을 훑고, 사진에 있는 내용을 읽어주니 또 집중했다. 그 이후에 책의 맨 뒷장에 나와 있는 독후활동을 함께 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함께 책에 나와 있는 대로 만들기도 하고 놀이를 하기도 하고 직접 박물관에 가보는 체험을 하기도 했다.
이와는 다르게 둘째 아이는 자연관찰책에서 동물은 가져오지 않고 식물이나 과일 책만 가져왔다. 이유인 즉 슨 동물이 무섭다고 했다. 이 아이와 함께 자연관찰책을 함께 읽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우선 책을 자주 노출시켰고, 동물원에라도 다녀온 날이면 오늘 봤던 동물들 책을 펼쳐 놓고 함께 살펴보았다. 동물을 좋아하는 첫째 아이의 어깨너머로 책을 읽는 모습을 목격하기도 하고 배우기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정작 아이가 스스로 책을 꺼내오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보다 적극적인 활동으로 곤충채집도 하고 잡은 곤충들을 관찰할 때 책을 꺼내 함께 보기도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반려동물도 키우게 되었다. 우연히 장수풍뎅이를 집에서 기르게 되었는데 그때부터 장수풍뎅이는 무엇을 먹고 사는지, 암컷과 수컷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살펴보기 위해 자연스럽게 책을 빼오기 시작했다.
책을 스스로 빼오는 순간 물개 박수로 환영했다.
[문학과 비문학을 골고루 읽기]
유아기의 아이들이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은 대부분 창작 동화라고 불리는 두꺼운 보드북 그림책일 것이다. 그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은 대부분이 동물이다. 내 아이들을 봤을 때, 성향의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동물친구들이 많이 등장하는 창작동화를 열심히 읽었던 첫째는 그 친구들에 대한 호기심이 증폭된 상태에서 자연관찰책을 만났기 때문에 한눈에 반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유아책에도 읽히기 좋은 순서가 있다.
먼저 아이가 태어났을 때 가장 먼저 접해야 할 책은 창작 책이다. 창작동화는 꾸준히 읽어주어야 할 책이다. 내 경우 책 육아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 (구매할 책을 알아보면서 상담을 받고, 아이를 관찰하기 시작하면서부터라고 말해야 더 정확할 것 같다) 지식책 한번 들이고, 창작 책 한번 들이고 그다음에 또 지식책을 들이며 일정한 패턴을 갖고 노출을 해 주었다. 시기로 따지면 아이가 31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그랬다.
창작 책에도 수준이 있다. 한 전집 내에서도 책마다 차이가 있기도 한데 그 수준이라는 것은 이야기의 배경지식이 어떻냐는 것이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책의 경우에는 여러 동물들이 등장하게 된다. 이러한 창작 책을 읽으면 아이들은 이야기에 몰입하며 자연스럽게 동물에 대한 흥미가 생길 것이다. 등장하는 동물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자연관찰책과 연계해서 읽기에 너무나 좋다.
다음 책을 살펴보면,
이 책은 생쥐가 등장하여 그림을 그리는데 작품, 작가, 화가라는 말들이 나온다. 쥐라는 동물이 주인공이기는 하지만 주인공의 재미있는 표정과 말투에 빠져들면서 생소한 단어에 호기심을 가질 수 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직업]에 관한 지식 그림책도 함께 보다가 혹시라도 예술가나 화가라는 어휘를 맞닥뜨리게 된다면 아이는 기억할 것이다. ‘전에 그 생쥐도 화가였잖아~' 하고 말이다.
이렇듯 창작 책도 읽고 여기에 나오는 배경지식을 지식책으로 채워주며 읽는다면 아이의 그릇도 함께 커지게 된다. 비문학적인 책은 밥이라고 생각하고 엄마가 조금은 신경을 쓰며 읽어주고, 재미있는 문학책은 많이 먹어도 좋은 간식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6세가 되었다고 권장 연령에 맞는 6세 책 (예를 들면 인물 동화)을 들여와 옆에 아이를 앉혀 놓고 읽자고 씨름하는 일은 없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함께 읽고 싶은 지식책은 집에 들여놓거나 도서관에서 창작 책을 빌릴 때 같이 빌려와서 미리 노출을 해주어야만 어느 날 갑자기 유치원에서 혹은 어딘가에서 흘려듣고 온 아이가 관심을 갖고 우리 집 책장에 있던 그 책(혹은 예전에 표지라도 봤던 그 책)을 빼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