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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상 소설가 Mar 12. 2023

우리들의 시간

나는 당신과 보내는 시간들을 좋아합니다

나는 당신과의 만남을 늘 기대합니다

당신은 부족한 나를 채워주기도 하고 내가 모르던 나를 일깨워주기도 하며 

무감각한 나를 움찔 움직여 눈물짓게도 소리 내어 웃게도 합니다


우리들의 시간은 마흔여섯의 나를 일곱 살의 나로 만들어버립니다

마법 같은 시간들은 쭈쭈바를 좋아하고 고무줄놀이, 딱지치기, 다방구, 술래잡기, 얼음땡 놀이를 

좋아하는 일곱 살의 나로 회귀시켜 버립니다

해가 지는 줄 모르고 골목길에서 놀다 

집에 들어와 저녁 먹으라고 불러대는 엄마의 목소리가 야속하기만 했던 

땅꼬마 나로 돌아가게 합니다


키가 훌쩍 커버린 어른이지만 

어린아이의 맘을 가진 나는 당신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우리는 책을 좋아하는 꼬맹이들입니다

책으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들입니다


내 앞에는 7살 개구쟁이가 되어버린 당신이 나를 쳐다봅니다

우리는 서로를 쳐다봅니다

우리는 재잘재잘 떠들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함께 웃기도 하고 내 말이 옳다 우기기도 하고 흘겨보기도 야유를 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느끼고 있지요

이 시간들이 무척이나 소중하다는 것을


같은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공통점과 차이점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때로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것을 당신은 싫어하기도 하고

내가 질색하는 것을 당신은 애정하기도 합니다

무심한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을 다정한 당신이 찾아내기도 하며

당신이 가벼이 넘겨버린 것을 집요한 내가 끄집어내기도 합니다

내가 생각도 하지 못한 것을 영리한 당신이 알아차렸을 때는 감탄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합니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우리의 시간들을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그 많은 이유들을 세상의 모든 말과 문장으로 다 표현할 수 없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 시간들은 

순수하고 호기심 많은 어린 나로 

작은 것에도 행복해하는 겸허한 나로 만들어준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의 시간을 통해 

세상을 살아가는데 지친 나는 다시 몇 주 동안 살아낼 힘을 얻어냅니다

당신 또한 그러하기를

당신의 삶에서 피로함은 조금 덜어내지고 그 자리를 편안함이 채워졌기를 

나는 바라고 또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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