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초등학교 3학년 올라가는 아이인데 아직 영어를 하나도 시작하지 않았어요
파닉스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우리 아이가 들어갈 반이 있을까요?"
"초등학교 3학년이요? 반이 하나 있긴 한데 2학년 동생들과 시작해야 해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어요?"
"네, 괜찮아요 시간 되시면 오늘 저녁 상담 가능할까요?"
"네, 오세요"
민결 어머님은 퇴근 후 바로 공부방으로 오셨고 나는 상담을 진행했다
파닉스반부터 모든 커리큘럼을 안내한 후 어머님은 민결이를 내게 맡기셨고
아이들은 나와 공부를 시작했다
효원, 지후는 예비초 2
민결이는 예비초 3
연하고 부드러운 솜털을 가진 노란 병아리 세 마리가 내게 찾아와 주었다
그중 민결이가 가장 신경이 쓰였다
민결이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는 겨울방학 다소 늦은 시기에 영어를 시작했다
송도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영유를 다니기도 하고 대부분 초등학교 1학년쯤 영어를 시작한다
늦어도 1학년 겨울 방학에는 거의 시작을 해서 민결이는 1년이 더 늦었다
예비초등 3학년이 영어를 시작하는 케이스는 드물어서
어학원이나 학원에서 반을 찾기도 동급생을 찾기 힘들다
때문에 과외를 하거나 어린 동생들과 시작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내게 온 민결이가 그랬다
민결이는 1학년 어린 동생들과 공부를 시작했다
이사를 온 후 처음으로 받은 작고 어린아이들이라 내게는 너무나 특별하고 소중했다
어머님들도 믿어주는 마음이 강했고 인내심이 있으며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다
수업 후 숙제를 잘 봐주시기도 했고 부족한 점이 있으면 상담을 진행해 보완해 나갔다
나는 내 마음을 그대로 담아 아이들과 수업했다
항상 칭찬하고 예뻐하고 잘할 수 있다 격려했다
코로나로 장기간 수업을 쉰 터라 오랜만에 만난 어린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참을 수가 없었다
수시로 다이소에 가서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곤 했다
연필 펜 지우개 사인펜 컵 스티커 공책 인형 가방
귀여운 물건들이 보이면 아이들 얼굴이 어른거리고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아이들이 생각나 포장을 해오기도 하고 간식도 자주 만들어 먹기도 했다
숨길 수 없는 것은 사랑의 감정이고
그중 내리사랑은 어쩔 수가 없다
아이들은 나의 사랑과 다정함을 편안함을 있는 그대로 느꼈다
수업 시간보다 일찍 와서 내 앞에서 재잘거리기도 하고
배가 고프다고 말하기도 했다
오빠와 여동생 두 명
아이들은 수업 시간 내내 즐겁게 수업했고 스스로에게 서로에게 다정하고 따듯했다
나는 그런 아이들이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민결이는 한 살이 많아서 더 빠르고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었다
수업이 끝나면 동생들은 하원하고 민결이는 따로 남아 준비한 프린트로 심화학습을 진행했다
아이들의 학습속도는 일취월장했으며 일 년 후쯤부터는 성과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생님, 민결이 동급생들이랑 같이 공부할 반이 없을까요?"
"아직은 없어요 당분간은 동생들이랑 같이 해야 할 것 같아요"
"이제 기초도 잘 잡았고 친구들이랑 경쟁하면서 공부를 시켜 보고 싶어서요"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민결이 일 년 동안 저랑 열심히 공부했으니 전문 어학원 가서 테스트받아도
점수가 잘 나올 거예요 일단 테스트를 받고 나서 의논해 봐요"
민결이는 어학원에 가서 테스트를 받았고 시험 성적이 좋아 친구들과 같은 반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어머님은 기뻐하면서도 아쉬움 미안함을 담아 결과를 알려주셨고
나는 아쉬움 안도감 기쁜 마음으로 민결이를 보낼 수 있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어머님은 민결이가 옮겨간 학원에서 적응을 잘하고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다
심한 감기를 앓느라 일주일간 수업을 하지 못한다는 안내를 프사 프로필에 걸었는데
민결 어머님에게서 톡이 왔다
'선생님 우리 민결이 일 년 동안 잘 가르쳐 주셔서 감사했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선생님께 맡기고 마음 편히 잘 지냈습니다
민결이도 자신감에 가득 차서 수업 잘 받고 즐겁게 학원에 다니고 있어요
종종 민결이가 선생님 얘기를 하고 동생들도 보고 싶다고 얘기해요
영어를 재밌게 잘 접한 것 같아 정말 감사합니다
현관 앞에 케이크를 두고 가니 드시고 얼른 쾌차하세요'
다정한 어머님은 케이크를 현관 앞에 두고 가셨고
그날 밤 다정한 민결이 역시 내게 아프지 말고 얼른 나으라는 톡을 보냈다
일 년에 몇 번 가끔 민결이는 내게 톡을 보내기도 하고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놀다 나를 발견하면 번개처럼
달려와 웃으며 내게 인사를 건넨다
'선생님, 아프지 마세요'
'선생님, 저 민결이예요. 저 기억하시죠? 저 열심히 공부하고 있어요'
'선생님, 저 가끔 놀러 가도 돼요?'
'그래, 민결아 언제든 와도 괜찮아
배가 고프거나 심심하거나 동생들이 보고 싶거나 내가 보고 싶으면 아무 때나 와도 돼'
다정한 나의 이웃들은 아이들은 그렇게 나의 마음을 가득 채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