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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순필 Jul 15. 2022

나의 유년과 바람

바람
바람이 분다.
마른 나뭇잎 사이를 채우는 듯 가르는 듯 바람이 분다.

나는 그 바람이 좋다.
 
바람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하여 바람은 정직하다.
그렇게 바람은 모든 살아있는 것들을 바라보게 만든다.
하여 바람은 무관심을 밀어내는 사랑이다.
 
바람이 내 유년의 기억 속으로 불 때면 잠시 잊었던 것들이 생각나 서성인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은 바람과 같이 흘러가 추억으로 남았다.
하여 바람은 평안이다.
끝끝내 잡을 수도 놓을 수도 없었던 것들은 바람과 함께 돌아온다.
하여 바람은 연민이다.
 
이렇게 바람이 한들한들 불 때면 잠시 머물다 간 것들이 생각나 서성인다.
어린 시전 그 골목에서 즐겨 맞던 그 바람이 여기도 불어온다.
배부른 엄마가 날 부르고, 어린 동생이 날 따르던 시간
그 부름도 그 따름도 바람은 기억한다.
하여 바람은 그리움이다.
 
이렇게 바람이 몸 둘 곳 없이 불 때면 문득 혼자라는 것이 생각나 서성인다.  
어쩌면 어디론가 떠나던 바람이 돌아올 곳은 여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쉼 없는 바람이 힘에 부쳐 돌아오는 날엔 바람을 두 팔 벌려 반겨야겠다.
내 방에 바람이 가득 들어오는 날엔 바람이 쉬어가라 문을 닫아둬야겠다.
하여 바람은 인연이다. 만남과 동시에 떠나지만 결코 끝나지 않는 인연이다.

하여 바람은 맘 둘 곳 모르는 내 마음의 안식이다.




*

이곳에 나의 유년의 기억을 기록을 하려 합니다.

화해하지 못한 기억, 사랑하지 못한 아쉬움을 바람에 실어 보내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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