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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송 Jan 06. 2021

나 진짜 좋아?

"엄마 나 좋아?"
아이는 수시로 물어본다.
그럴 때마다 나는, 엄마가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대답해 준다.
그런데 어느 순간 보니 "나 좋아?"라고 하루가 멀다 하고 물어보는데 '혹시 엄마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느끼나?', '이 아이가 애정결핍인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엄마의 커피는 자기가 직접 내려주고 싶다고 해서 커피머신에서 원두커피 내리는 방법을 알려줬더니 아이는 내 커피 당번을 자처한다. 내가 늦잠을 잔 어느 날엔 모닝커피를 침대 옆에 갖다 주는 특급 서비스까지. 남의편도 안 하는 것을 내 아이가 해 준다. 이토록 늘 엄마를 챙겨주고 싶어 하는, 사랑이 많은 어린이인데 혹시 내 사랑이 모자라 보였다면 나도 더 많이 사랑해줘야겠다고 결심한다.
한동안 더더욱 오버해서 사랑한다 해주고 뽀뽀해주고 엄청 표현을 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말 하루가 멀다 하고 같은 질문을 하는 것이다. 뜬금없이 "나 좋아?", "나 진짜 좋아?"를 하루에도 몇 번씩 듣다 보니 내 사랑이 여전히 많이 부족한가? 하는 나를 향한 의구심이 자꾸만 들었다.

아이도 내가 자기를 사랑하는 것을 알고, 나도 아이가 나를 사랑하는 것을 잘 아는데 아이는 그냥.. 매일매일 표현하고 싶은 것일지도? 자기가 사랑하는 것을 표현하고 싶고 엄마의 사랑 표현도 매일 받고 싶은가 보다.
그럼 말을 바꿔보면 어떨까?
아이를 불렀다. 문득 사랑 표현을 하고 싶을 때가 있다면 "나 좋아?"보다는 "(내가) 누구누구가 좋아"로 말해보자고 했다. 상대의 감정을 확인하는 말로 묻기보다 자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기로 말이다.

그 이후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엄마 좋아요~"
"엄마 좋아!"
하고 달려오는 사랑스러운 아이를 맞이한다. 이 말은 마법과 같아서 엄마인 나의 사랑이 부족한지 자책하거나 상대의 사랑을 의심하지도 않고 나도 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몇 번이든 한없이 말해주고 싶게끔 한다.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도, 사랑하는 연인이나 부부 사이에도 상대를 다그치는 화법보다는 '나' 화법이 더 좋다고 한다. '네가 이랬잖아', '네가 어찌 이럴 수 있어?'보다는 '나'로 시작하는 말하기. 내가 느낀 것, 나의 감정을 이야기해 주기.

오늘도 아이는 가만히 있다가도 내 품으로 온다.
"엄마가 진짜 좋아!"
라고 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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