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내가 책을 써 보기로 했다
이 세상의 책을 좋아하는 모든 사람들은 2가지 부류로 나뉜다. 자기개발서를 좋아하는 사람과 자기개발서를 경멸하는 사람. 나에게는 인생 최고의 책이 남에게는 아무 가치 없는 종이 무더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조차도 자기개발서에 대해서는 중간 입장을 잘 취하지 않는다.
특히 요즘들어 자기개발서라고 불러야 하는지도 애매한 힐링 에세이들이 유행하면서 이런 현상은 더 심해졌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너는 잘못하지 않았어'
'남을 의식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살아'
'꿈을 찾아 떠나봐'
비슷비슷한 메시지를 둥글고 예쁜 글로 담아 파스텔 톤의 표지를 달고 나오는 책들을 누군가는 혐오하고, 누군가는 열광한다.
할 일이 없어 이런저런 웹사이트를 돌아다니다 우연히 한 자기개발서의 흥보 글을 보게 되었다. 책의 흥보 글에는 이 책을 읽으면 더 나은 내일을 살 수 있게 될 거라고 했다. 이 책을 읽으면 남들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법을 알려준다고, 이 책을 읽으면 직장을 나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된다고,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알려줄 거라고 했다.
나는 자기개발서를 꽤 좋아하는 편이다. 요즘 유행하는 알맹이 없고 예쁜 그림이 담겨 있는 힐링힐링 서적들은 종이 낭비라고 생각하지만, 저자의 경험과 삶의 철학이 담긴 자기개발서들은 자주 읽고 도움을 많이 받기도 한다.
그래서 그 책의 흥보 글을 보고 잠시 혹했다. 요즘 남들 말에 흔들리는 거 어떻게 알고, 일하기 싫은 거(참고로 아직 대학생이다) 어떻게 알았대, 요즘 주식에 관심 있는 거 어떻게 알고 경제적 독립법을 알려준대.
그런데 책의 목차를 읽으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 굳이 책을 읽지 않아도 답을 알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남들의 말에 흔들린다고? 대부분 사람들의 말은 조언이 아니라 참견이다. 나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건 나인데 왜 남의 말에 신경을 쓰는가. 남이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남들 말에 신경 쓰지 말자.
꿈을 찾아가고 싶다고?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다 보면 직업으로 연결될 기회가 생길 거다. 그 기회를 놓치지 말고 잡자. 잘 못할까 봐 걱정하지 말고 일단 해 보자. 어느 정도 수입이 생기면 회사를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에 올인해 보자.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고? 현대 사회에서 노동 수익으로만 부를 이루는 건 불가능하다. 사업을 하거나 투자를 하자. 이때 투자는 잃어도 상관없는 돈으로만 해야 한다. 첫 투자는 소액으로 200-300만 원만 가지고 시작해 보자(가난한 대학생은 2-3만 원만 잃어도 눈물이 난다)
물론 이게 정말 그 책의 전부는 아닐 거다. 책에는 저자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 삶의 철학이 담겨 있을 거고 책을 가치 있게 만드는 건 결국 그런 부분이니까.
하지만 한편으로는 목차만 봐도 책의 내용이 짐작이 가는 이 상황이 너무 웃겼다. 내가 얼마나 자기개발서를 많이 읽어봤으면 읽지 않아도 내용을 알 것만 같을까.
그냥 내가 자기개발서를 하나 쓰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자기개발서의 내용을 다 알 것 같다면 굳이 돈을 주고 책을 사느니 내가 책을 써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그 내용이 그 내용이라면 남의 인생 경험보다 내 인생 경험이 나에게 더 가치가 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한번 자기개발서를 써 보려고 한다. 아니 정정하자. 자기개발서가 될 지는 잘 모르겠고 자기개발 글을 써 보려고 한다. 지금까지 읽은 수많은 자기개발서에서 얻은 지식과 오래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삶에서 얻은 깨달음을 담은 글을 써 보려고 한다.
누군가에게는 읽을 가치조차 없는 쓰레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한 사람에게라도 마음속에 남는 한 구절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