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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마을아낙 Jan 09. 2021

새벽 기상이 일깨워 준 일상

신랑의 도시락

재작년 12월부터 신랑이 도시락을 싸기 시작했습니다.

점심 먹을 곳이 마땅치 않고 저희 신랑은 조선소 소속이 아니다 보니 조선소에서 밥을 먹으려면 식권을 사야하거든요.

식권을 돈 주고 사먹을 만큼 맛있지는 않다해서 도시락을 싸주기로 했습니다.

2월부터 사무실로 쓰는 오피스텔에서 숙식을 해결해야 할 분이 계셔서 함께 점심을 해 먹기로 해 도시락을 쉬게 되었죠.

그러다가 그 분이 올 해부터는 다른 조선소로 가시게 되어 다시 도시락을 싸게 되었네요.

거의 1년만에 싸는 도시락이라 새롭네요.


요즘 코로나 때문에 아이가 유치원을 안가고 함께 집에 있다보니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 것도 힘이 듭니다.

아이도 나가고 싶은데 엄마만 나간다고 생각하는지 함께 가려고 하거든요.

어제부터 급 추워진 날씨에 음식물과 쓰레기를 버리지 못했어요.

마침 오늘은 아이가 안 깨고 자길래 아빠가 있으니 얼릉 버리고 오려고 들고 나갔지요.


아침 7시...아직 해가 뜨지 않아 캄캄해서 놀랐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보는 새벽이였어요.

아이랑 거실에서 자다보니 거실 커텐을 모두 쳐 두었다가 일어나면 걷는거라 해가 뜨는지 지는지 신경을 써 보지 않았던거 같아요.

그런데 그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많은 사람들이 출근한다고 나오고 차를 빼고 있네요.


도시락을 싸면서 6시에 일어났습니다.

저희 신랑은 출근이 좀 늦어요. 그래서 제가 제일 먼저 일어나는데다 신랑과 아들이 깰까봐 부엌에 작은 불만 켜 놓다보니 이 세상에서 저만 일어나 있는 기분이였답니다.

아침을 먹지 않는 신랑이라 나가기 10분 전에 일어나서 씻고 도시락만 들고 나가는데 그것도 가끔 "좋겠다" 생각한 날도 있었거든요.

신랑이 가고 나면 전 아이를 깨워 또 일상을 시작 해야 하니깐요.


그런데 새벽에 나가보니 세상은 이미 움직인지 오래 되었네요.

어쩜 오늘 아침에 아파트 마당에서 만난 사람들 중에는 제가 제일 늦게 일어났을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들 자신의 삶을 사는 거니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덜 힘든게 어디있었겠어요.

그냥 자기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는 것인것을....

누구나 아는 사실을 저는 까먹고 있었네요.


그래서 오늘 아침엔 출근하는 신랑 어깨를 두드려 주었답니다.

그리고 경제 신문 읽기를 다시 시작했어요.


지금 이 상황이 나만 힘든 것이 아니기에 나만의 세계에 갇혀 있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 같아요.

아이가 일어나기 전에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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