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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마을아낙 Apr 10. 2023

공부 쉬는 주간

스스로 할 수 있다고 믿어보기

그동안 너무도 느린 아들이기에 학원을 보내기에도 따라가기 힘들 것을 알기에 엄마표로 모든 공부를 함께 하는 아들입니다.

잘 따라오면 뭔가 더 욕심이 나서 더 밀어 넣게 되고

못 따라오면 뒤쳐질까 싶어 더 밀어널게 되었던 엄마표였답니다.

그래서 과감히 이번 주부터는 공부하라는 말을 안 하기로 했어요.

- 아직 2학년이고 소학교에 다니는 터라 진도가 크게 급하지 않으니깐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엄마는 나름 큰 결심이었답니다.


맞벌이 엄마이다 보니 아이는 돌봄을 마치고 태권도 다녀오면 6시랍니다.

요즘은 개구리가 되어가는 올챙이들을 돌보다 보니 함께 물 갈아주고 샤워하고 나아서 저녁 먹으면 7시는 금방이에요.


저녁 식사 후 아들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오늘부터는 쉬는 주간이야. 그래서 **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쉴 거야. 그런데 **이는 공부 쉬어도 괜찮을 거 같아?"

잠깐 생각하던 아이는

"어. 그런데 내가 공부는 해야 하잖아. 내가 하고 싶을 때 내가 하자고 하는 공부만 했으면 좋겠어"

라고 대답합니다.

어차피 아무것도 안 하려고 했는데 하고 싶은 공부가 생길 것 같다고 하니 그것만으로도 어디냐 싶어서 바로 오케이 했답니다.


아이는 처음 하고 싶은 놀이가 물속에서 노는 장난감 놀이를 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작년 여름에 내성발톱 수술로 물놀이를 못 하고 그 이후로는 물놀이를 제대로 한 적이 없었더라고요.

욕실에 잊힌 채 걸려 있던 장난감들을 아이는 계속 보고 있었던가 봅니다.

아토피가 있는 아이라 손 담그고 하는 놀이도 오래는 못합니다.

20분 정도 놀고 손이 쭈글쭈글 해지니 그만 하자는 이야기에 수긍해 주네요.


그 사이 전 오래간만에 밀린 집안일도 하고 빨래도 게고 제 할 일을 할 수 있었답니다.

아이는 코딩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로봇박사가 꿈인 아이는 엄마와 코딩공부를 재미있어하거든요.

30분 정도 블록을 이용하여 코딩과 연결한 선풍기를 함께 만들고 나니 책 읽을 시간입니다.

아이와 공부는 안 해도 잠자기 준비 전 30분간 함께 책 읽는 시간은 꼭 하자고 했거든요.


그리고 9시.

정말 저녁 시간에 공부는 접고 아이가 하고 싶다는 것만 해 보았습니다.

자기 전 아이에게 오늘 어땠냐고 물어보니 너무 좋았다네요.

그리고는

"내일부터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나씩 추가하자. 많이 말고 하나씩이야."

라고 저에게 스스로 확답을 받네요.

아마도 좋아하는 사고력 수학을 하자고 할 것 같아요.

그렇지만 그게 어딥니까?

스스로 하겠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욕심내지 않는 엄마가 되고 싶었는데 아이를 보면 욕심이 납니다.

이쁜 내 아이가 더 잘했으면 좋겠고 지금 해 놓으면 나중에 힘이 덜 들 것 같은 마음이거든요.

오늘은....

나중에 힘들고 지금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엄마표로 함께 공부할 때 일부러 "아가"라고 부릅니다.

아기니깐 모르는 게 당연하다.

아기니깐 저따위로 앉아있다.

아기니깐....이라고 스스로 세뇌하는 엄마이지요.


우리 아기가 내일도 행복했으면 좋겠기에 오늘도 열심히 노력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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