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song Jan 09. 2021

우리 집은 노을 맛집

소소한 행복거리 -1-

 노을 [명사] : 해가 뜨거나 질 무렵에, 하늘이 햇빛에 물들어 벌겋게 보이는 현상.

 

 나는 노을을 좋아한다. 내 사진첩에는 자기만의 아름다운 빛을 뽐내는 노을들이 많이 담겨있다. 언제부터였을까? 노을이 보이기만 하면 카메라를 꺼내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그냥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빠지게 되었다. 뭐랄까, 마치 어떤 사람을 좋아할 때 언제부터 그랬는지 정확한 시작점을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지금 살고 있는 집의 제일 좋은 점은 해가 질 무렵의 노을이 아주 예쁘게 보인다는 것이다. 친구들에게 몇 번 사진을 보내줬었는데 "야 너네 집은 완전 노을 맛집이야"라는 말을 들어서 아주 뿌듯했다. 음, 내 새끼 칭찬받은 느낌? 평범한 아파트인데도 괜스레 우리 집만 특별한 느낌이 났다. 


 맛집에 걸맞게 노을을 보는 그 공간을 더 특별하게 만들고 싶었다. 남편에게 생일 핑계를 삼아 소원 하나를 들어달라고 졸랐다. 뭐냐고 물어보는 남편의 동공이 불안함에 살짝 흔들리는 것을 봤지만, 애써 무시한 채 담담하게 말했다. "베란다 인테리어 하고 싶어" 


사진은 여름에 찍은 것. 지금은 테이블에 사진이랑 인형이 있고, 벽과 벽 사이 공간에는 폴라로이드 사진이 줄에 걸려있다.

 

 꾸미기에 소질이 그다지 많지는 않아서 살짝 엉성하다. 애써 꾸민다는 게 이 정도인데, 생각보다 소품 준비하는 게 쉽지 않았다. 저 작은 미니 테이블보도 인터넷을 엄청 뒤져서 어울릴만한 걸로 찾아냈다. 앞으로 여기가 어떻게 더 업그레이드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현재 나는 만족한다. 지금은 겨울이라 추워서 못 나가지만 여름에는 주말에 종종 의자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거나 맥주를 마셨다. 낮에 나가면 커피를 마시고, 저녁에 나가면 노을을 보며 맥주를 마신다. 완전한 나만의 소소한 행복이다. 


 사진첩에서 심혈을 기울여 자랑할 사진 몇 장을 골라봤다. 


노을이 막 시작하는 첫 단계. 분홍빛이 연하게 깔린 이 색감이 너무 좋다.


해가 사라지고 빠르게 저물기 시작한 시점의 노을. 짙은 파란색과 분홍빛이 잘 어울린다. 


격렬하게 타들어가는 모습 같아서 좋아하는 노을 사진 중 하나. 


노랗고 주황 주황 한 색감도 너무 좋다.


 아쉽게도 해가 뜰 무렵의 노을은 앞에 가리는 게 많아서 잘 찍히지 않는다. 물론 새벽에 일어나 찍을 정신도 없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슬프게도 출근하면서는 자주 본다. 요즘은 바쁜 시즌인 겨울이라 오전 7시면 회사에 도착하는데, 날이 맑으면 저~멀리 있는 롯데타워가 선명해서 예쁘다. 그렇지만 잘 찍지는 않는다... 


앞으로도 나만의 노을은 계속 쌓여갈 것이다.


최근에 찍은 출근길 노을. 비록 출근길이지만... 색감이 좋아서 후다닥 찍었다.


작가의 이전글 코로나 19의 조여 오는 포획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