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프리미엄 전자제품을 구매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당혹감을 느낀다. 한국에서 300만 원이면 살 수 있는 노트북이 인도에서는 400만 원을 훌쩍 넘기기 때문이다. 이는 인도의 물가 수준이나 유통망의 낙후성 때문이 아니다.
인도 정부가 외국 기업의 완제품 수입을 억제하고 자국 내 제조를 강제하기 위해 세운 '전략적 장벽'의 결과다.
한국보다 훨씬 비싼 가격임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프리미엄 제품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도의 극심한 소비 양극화다. 인도의 상위 10%, 즉 약 1억 5천만 명에 해당하는 '인도 1(India 1)' 계층은 이미 선진국 수준의 경제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에게 맥북이나 아이폰 같은 제품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증명하는 상징물이다.
따라서 100만 원의 추가 비용은 이들에게 구매를 포기하게 만드는 장벽이 아니라, 오히려 해당 제품을 소유할 수 있는 계층을 선별해 주는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인도 정부는 세금을 단순히 재원 확보 수단으로만 쓰지 않는다. 외국 기업이 시장에서 지나친 이익을 가져가거나 자국 기업을 위협한다고 판단될 때, 세무 조사는 가장 강력한 공격 무기가 된다.
과거 노키아나 보다폰 사례에서 보듯, 소급 과세나 대규모 추징금 부과를 통해 기업의 의사결정을 뒤흔드는 경우가 허다하다.
준비 없이 인도에 진출한 기업이 현지 세법의 복잡성과 불투명성을 간과할 경우, 매출이 발생하기도 전에 세금 리스크로 인해 사업 자체가 흔들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결국 인도 정부가 설계한 이 고물가 구조는 외국 기업들에게 '현지화'를 강요하는 장치다. 단순히 제품을 가져다 파는 방식으로는 인도의 높은 조세 장벽을 넘을 수 없으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도 없다. 인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도의 정책 방향에 맞춰 현지 생산 시설을 갖추고, 인도 정부가 원하는 '자립 인도'의 파트너로서 기여하고 있다는 신호를 끊임없이 보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기술 유출 리스크를 감수할 '전략적 각오'가 없다면 진출을 재검토해야 한다.
인도에서의 비싼 가격은 시장의 비효율성이 아니라 정부의 의도된 기획이다. CEO들은 인도 시장을 바라볼 때 1인당 GDP라는 평균치에 속지 말아야 한다. 상위 1%의 특수한 소비 심리를 공략할 것인지, 아니면 정부의 압박을 견디며 현지 제조 시설을 갖출 것인지 선택해야 한다.
인도 정부에 바치는 '세금'을 기회비용으로 볼 수 있을 만큼의 수익 모델과 대응 전략이 없다면, 인도는 수익을 내는 곳이 아니라 자본을 잠식당하는 전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