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바논 파병 시절, 인도 장교들과 나눴던 대화 속에는 늘 묘한 자부심이 서려 있었다. 그들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았고, 자신의 국가가 가진 무게감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었다.
강대국들이 인도를 향해 앞다투어 구애의 손길을 내미는 지금, 인도는 단순히 그 손을 잡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가치를 가장 빛나게 해줄 자리를 스스로 선택하고 있다. 이 글은 그들의 당당한 행보가 우리에게 주는 설렘과 숙제에 관한 기록이다.
미국과 중국, 혹은 러시아 사이에서 인도가 보여주는 행보는 흔들리는 갈대가 아니다. 오히려 풍랑 속에서도 중심을 잡는 거대한 함선에 가깝다.
인도는 안보를 위해 서방과 손을 잡으면서도, 자국민의 실익을 위해 러시아의 에너지를 챙긴다.
나는 연락장교 시절, 어떤 외압에도 굴하지 않고 오직 국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인도인들의 눈빛에서 '전략적 자율성'이라는 단어의 진짜 무게를 배웠다. 그들은 누군가의 편이 되기보다, 모두가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기를 선택했다.
인도에게 실리는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자존심이다.
우리는 인도를 단순히 공장을 세울 땅으로 보곤 한다. 하지만 그들은 인도를 전 세계의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는 뜨거운 열망을 품고 있다. 수입 관세를 높이고 현지 생산을 강조하는 것은 단순히 외국 기업을 괴롭히기 위함이 아니다.
인도인들이 직접 만들고, 배우고, 성장할 기회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인도는 당신의 자본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성장할 진심 어린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다.
인도는 기지를 원하는 게 아니라, 함께 걸어갈 동반자를 원한다.
인도는 이제 아시아를 넘어 중동과 유럽을 잇는 새로운 경제 지도의 중심에 서 있다. IMEC 프로젝트 같은 거대한 구상은 인도가 세계 공급망의 단순한 연결고리가 아닌, 그 길을 열고 닫는 주인임을 선언하는 것이다. 연락장교로서 지켜본 국제 물류의 흐름은 인도를 거치지 않고서는 완성될 수 없었다.
이 거대한 흐름 속에 올라탄다는 것은, 단순히 시장을 하나 얻는 것을 넘어 인도가 그리는 새로운 세계관에 합류하는 일이다. 인도가 그리는 지도는 결국 세계의 중심을 향한다.
우리는 인도가 중국을 대신해 줄 '편리한 대안'이길 바란다. 하지만 내가 만난 인도는 누군가의 대역이 아닌, 오직 '인도' 그 자체로 우뚝 서고자 하는 거인이었다. 그들은 당당하고, 때로는 고집스럽지만, 한 번 맺은 신뢰에는 깊은 진심을 담는다. 우리는 인도를 이용의 대상으로만 보고 있지는 않은가? 아니면 그들의 뜨거운 열망에 공감하며 진정한 친구가 될 준비가 되었는가? 진심은 때로 가장 정교한 전략보다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