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장입니다. 수능시험 관계로 착륙이 잠시 지연되고 있습니다. 모두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응원해 주시길 바랍니다.
몇 년 전 뉴스룸 앵커 브리핑에서 나온 이 한 문장에 가슴이 찡했다.
일본의 뉴스에서도 수능날만 되면 대학 입시를 위해 경찰차에 구급차가 동원되고 퀵으로 학생들을 실어 나르는 모습을 이색적인 한국의 대학입시 모습으로 소개한다.
20대에 일본에 살면서 외국 언론을 통해 한국의 입시 풍경을 보고, 그것을 신기해하며 진짜냐고 묻는 일본인들의 질문을 들으면서 한국의 교육열을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런데 서른을 훌쩍 넘긴 지금은 그 풍경들이 다시 보인다.
학생들이 무사히 시험장에 도착하길 바라는 모든 사람들은 남이다.
길에서 수능 시험장에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할까 발을 동동 구르며 어쩔 줄 몰라하는 학생들을 학교에 데려다주는 사람도, 학생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비상 대기하는 경찰과 소방 대원도, 학생들이 편하게 이동하도록 출근시간을 늦춰주는 회사도, 시험을 잘 볼 수 있도록 청해 시간에 비행기 이착륙을 하지 않는 항공사와 기장, 승무원, 그리고 아무런 불평 없이 이해하는 승객도 지금 수능 시험을 보는 학생들을 대부분 모른다.
그리고 자신의 자식을 무사히 시험장에 들여보낸 학부모도 시험 직전에 달려오는 이름도 모르는 학생이 늦지 않게 도착했음에 안도하고, 응원하다.
'괜찮아. 아직 늦지 않았어. 침착하게 잘해'
너의 노력을 알기에 응원해.
20대에는 수능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은 학생의 마음으로 그 순간들이 마치 나에게 주는 부담처럼 느껴져서 그 풍경들이 유난스럽고 창피했던 것 같다. 그런데 서른이 넘어가면서 똑같은 그 풍경이 가슴 찡한 이유는 온 국민이 그들을 응원하는 마음을 알 것 같기 때문이다.
수능 점수가 인생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도 아니고, 좋은 대학이 나의 인생을 바꿔줄 것이라는 동화 같은 이야기를 이제 믿지 않게 된 어른들이지만, 12년을 이 순간을 위해 노력해 온 학생들이 후회 없이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기회만큼은 손에 주어주고 싶은 것이다.
어른이 되고 보니, 실패도 아프고 실수도 아쉽지만 가장 슬픈 순간은 노력했지만 기회조차 얻지 못했거나 어렵게 얻은 기회인데 최선을 다하지 못했을 때였다. 그래서 같은 순간을 다른 시대에 겪고 있는 학생들을 묵묵히 응원하는 것이다.
요즘은 수시로 이미 고3 초반에 대학이 결정되는 학생들이 많아 수능이 예전만큼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거나 교육에 관련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시대에 수능이 인생의 전부였던 마음을 떠올리며 또 그렇게 조용히 그들을 응원할 것이다.
살아라! 힘들어도 살다 보면 웃을 일이 꼭 있다
그리고 인생의 목표가 대학입시였던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 가슴에 와닿지 않겠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해 힘들다면 많이 많이 힘들어하고 괴로워해도 괜찮다. 그러지 말라고 한다고 그게 어디 마음처럼 되겠는가... 그런데 힘들어하더라도 이 생에서, 이 세상에서 멀리 가지 말고 여기서 힘들어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여기 있으면 꼭 좋은 일도 생긴다.
수능 망치고 저녁도 안 먹고 누워서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패밀리를 껴안고 먹으며 펑펑 울던 나도 지금 행복하게 잘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