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 배수아 / 자음과모음 서평
“헤더야트는 이란의 작가로 『눈먼 부엉이』는 그의 대표작이죠. 고통과 몽환으로 가득 찬 분위기와 염세주의 미학으로 이름 높은 작품입니다. 특히 작품의 곳곳에 등장하는 신비한 반복 진술이 환상과 초현실주의적 효과를 느끼게 합니다. (…) 그의 생애에는 알려진 자살 기도가 한 번 있었습니다. 스물네 살이던 해 그는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카페에서 친구들과 만나고 돌아가던 길에 그는 센 강변 으슥한 곳의 한 낡은 다리 위에서 물속으로 몸을 던졌습니다. 그런데 마침 다리 아래의 보트에서 한 쌍의 연인들이 사랑을 나누고 있었던 것을 그는 알지 못했습니다. 남자가 즉시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가 익사 직전의 헤더야트를 구했습니다. (…)”
'살아 있는 물'은 뼈대 즉 특정한 형태를 강제하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자유로운 세계이며, 그 살아 있는 물에 몸을 맡기고 흘러가는 해파리는 그 세계와 가장 닮은 개체다. (…) 형태로부터 자유로운 것, 심지어 세계인 동시에 개체인 것을 그리기. 즉 모든 구조와 경계를 넘어선 그 무엇을 기록하려는 (불가능한) 시도. (…)
“하지만 그러면 우리는 너무나 고립되어버리지 않을까요? 단 한 사람도 설득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설득하지 못하고, 또한 그 누구도 우리의 무덤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는 혼자서 고개를 돌리고 아주 멀리 가버려야 한다는 의미잖아요.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하는 채 말이죠. 우리는 평생 동안 황야에서 양들과 별들만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별들은 죽고 다시 태어나고, 양들도 마찬가지겠죠. 그러면 당신은 세상은 변함이 없노라고 말하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타인을 설득하지 못했다는 슬픈 자의식조차도 마침내 느끼지 않게 된다면, 그건 너무나 고독해요, 아야미.”(75p)
"당신이 편지에서 쓴 것처럼..." 극장장이 말했다. "이제 나를 다른 세계로 데려다줘요."아야미는 극장장의 머리를 껴안고 자신의 무릎 위에 가만히 놓았다. 그리고 그가 구토를 다 마칠 때까지 대못의 뭉툭한 대가리가 만져지는 피투성이 정수리를 정성스레 쓰다듬었다. 오래오래 쓰다듬었다. 마치 그것이 점점 희박해져 가는 두 인간이 동시에 한 장소에 있기 위한 유일한 주술의 몸짓이라고 믿는 것처럼. (243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