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브라 딘 호의 귀환

죽음이라는 조각들로 완성한 오브라 딘 호의 서사

by 우물이끼

앞으로 죽음과 관련된 게임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죽음은 늘 우리의 근처에 있지만 보이지 않고, 어디선가 우릴 기다리고 있지만 언제쯤 모습을 드러낼지 알 수 없습니다. 게임 안에서의 죽음은 현실보다 더 구체적이고 분명한 사건이며 일반적으로 패널티, 실패를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죽음으로 인해 주인공의 여정이 끝나지는 않습니다. 게임은 점점 더 현실의 복잡성을 담아내려고 하지만 예외적으로 죽음이 갖는 의미만은 현실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모든 죽음에는 그 나름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있다.'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공포 영화나 괴담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최근에는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들'이란 넷플릭스 다큐를 즐겨 보고 있는데요, 이 다큐는 아직까지 전말이 밝혀지지 않은 죽음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모든 죽음에는 사연이 있지만, 실제론 그 사연이 끝내 밝혀지지 않는 경우도 정말 많습니다. 그렇다면 만약에 직접 누군가의 죽음에 들어가 전말을 추리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어떨까요?


'오브라 딘 호의 귀환' 트레일러


게임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은 의문으로 가득한 죽음들을 다룹니다. 때는 동인도회사가 존재하던 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게임은 영국을 떠난 후 행방불명되었던 오브라 딘 호가 발견되면서 시작됩니다. 오브라 딘 호는 발견되었지만, 승선했던 승객과 승무원 모두 흔적도 없이 사라진 상태였습니다. 이제 주인공은 동인도 보험회사 손해사정사로서 배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조사하고 오브라 딘 호 사건의 전말을 밝혀내야 합니다.


게임은 1인칭 시점으로 진행되며 주인공은 오브라 딘 호를 돌아다니며 배 곳곳에 남겨진 시체에 과거를 볼 수 있는 회중시계를 사용해 그가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배에 승선했던 60명의 운명을 모두 밝혀내야 합니다. 당신에겐 신비한 회중시계와 더불어 오브라 딘 호 승선자 명단과 승선자 중 한 명이 그린 그림들이 함께 제공됩니다. 시체들이 시간 순서대로 배치되어 있지 않기에 과거 회상 장면 역시 시간 순서대로 제시되지 않습니다. 당신은 회상 장면에서 들리는 인물 간의 대화와 주어진 승선자 명단, 그림들을 조합해 각 인물의 이름과 역할, 사망 원인을 추리해야 합니다.


오브라 딘 호의 귀환은 '승선자의 신원과 운명을 파악해 승선자 명단을 완성하라.'는 간단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주어지는 건 파편화된 정보들 뿐이며, 어떤 인물들은 흔적이 너무 부족해 정황상 운명을 추측해야 하거나 말투나 억양만으로 신원을 유추해야 합니다. 따라서 배 위에서 만들어진 인물들의 관계, 혹은 승선 이전에 만들어졌던 관계와 인물의 성격과 직업 등을 면밀히 고려해야 승선자 명단을 완성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전혀 예상치 못한 세력의 개입이 추가되면서 이야기는 '침몰한 배의 사망자 명단을 완성하라.'에서 '배에서 일어난 일의 전말을 조사해 이야기를 완성하라.'로 발전됩니다.


오브라 딘 호에 탑승했던 승객들은 죽을 때의 모습으로 각자의 인생을 정의 내렸습니다. 누군가는 다른 이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의로운 자로,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다 목숨을 잃은 비겁한 자로 남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각자가 남긴 이야기는 오브라 딘 호에 담겨있습니다. 죽음은 어쩌면 마침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죽음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을 정의내리기 어려울 겁니다. 어떻게 기억되고 싶은지, 어떤 사람으로 남고 싶은지를 위해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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