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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육백삼홈 Feb 18. 2022

오미크론 X 집콕 육아의 콜라보

멋진 콜라보를 합시다. 오미크론씨 혼자 너무 달리는 거 아닙니다!

이제 새삼스럽고 놀랍지도 않은 오미크론 확진자의 폭증은 다시 우리를 집안으로 초대했다.

아들은 개학 후 일주일 정도 학교를 다녔지만, 학교 내에서 많은 아이들이 확진을 받게 되어 다시 온라인 수업이 시작되었다. 딸의 유치원도 확진자가 생겨 매운 코를 다시 경험하게 되었다. PCR 검사 전부터 눈물이 그렁그렁하더니 결국 눈물을 와락 쏟고 말았다. 또 검사해야 하는 상황이 싫다고 처음으로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선언한 터라 무기한 유치원 휴업에 들어갔다. 다행히 곧 유치원 졸업이고, 유치원 졸업장이 중요하진 않지만, 아이에게는 소중할 수 있는 졸업사진과 졸업장을 받기 위해 한 달 원비를 고스란히 납입했다. 아마도  공교육 중에서 가장 비싼 졸업장을 받게 될 듯하다.


자연스럽게 돌 밥(돌아서면 밥)이 시작되었고, 작년 이맘때의 악몽이 재현되는 상황이 연출되었지만, 다행히 주인공들을 연기 실력이 늘어, 서로의 눈치와 배려의 중간 어디쯤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등교를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지만, 이번에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가 제일 걱정이다. 교육부 발표에 의하면 초등학교 1.2학년과 유치원은 무조건 전면 등교라고 하니 다행인가 싶다가도 코로나19의 감염이 아이들 사이에 확산이 심상치 않음이 불안하다.

작년 전면 등교를 강행했던 아들의 초등학교는 초등 5, 6학년의 등교시간을 11시로 바꾸어서 1년을 보냈다. 올해 5학년 된 아들에게 작년 상황이 적용이 된다면 아들은 11시에 등교하게 되고, 딸은 12시에 하교한다. 그렇게 된다면 하루 일과 중 개인 시간은 1시간이라는 초유의 비상사태가 선포될 예정이다. 학교에서 알리미가 올 때마다 그 어떤 문자보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재빠르게 확인하는 모습을 보면서 점점 나의 유리 멘탈은 금이가고 있음이 느껴진다.


때론 현재의 자신을 가장 비참하게 말해주는 책이 자기 계발서이고, 양육 코칭을 가장해 엄마들의 문제를 신랄하게 밝혀내고, 나의 죄는 어디쯤인지 가늠하게 해 마음 무겁고 죄책감 들게 만드는 것이 육아서일 때가 있다. 아무래도 꽤 오랜 시간 장기화가 될 초밀착 육아을 위해 오랜만에 양육서를 꺼내본다. 책을 읽으면서 오은영 선생님덕분에 면죄부를 받은 것 같아 약간의 해방감이 느껴진다.


자아의 기능 중 현실 검증력이라는 것이 있어요. 아주 본질적이고 충동적인 나의 모습을 현실에 맞게 검증해서 인간답게 행동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인간이 평생 동안 갖추려고 노력해야 하는 중요한 기능이지요.

인간은 어떤 계기로 나쁜 마음을 먹을 수도 있습니다. 못된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마음이 드는 것 자체가 죄가 아니에요. 마음은 언제나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그 마음을 가졌지만 행하지 않았다면 괜찮습니다. 잘 살고 있는 거예요. '나'의 정신은 건강한 겁니다.

[오은영_화해]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24시간 초밀착 양육을 하다보면 망각의 인간인지라 자꾸만 불쑥불쑥 내 안의 그녀가 등장하곤 한다. 결국 한계점에 들어서면 아이들에게 더 이상 보여주기도 민망한 부끄러운 민낯을 들킨다.

오늘도 '왜 이 정도의 인격일 수밖에 없을까?', '나는 나쁜 사람인가?'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된다.

매순간 반성도 해보고, 화가 날 때 마음을 가라앉히는 방법, 명상등의 마음을 다스리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 보지만, 결과는 처참하게도 잘된 날 보다 되지 않는 날들이 많다. 오늘은 면죄부를 처럼 마음에 가진 것들을 행하지 않았으니 괜찮은거다. 나의 정신 또한 건강한 것이다라며 자책에서 조금 멀어져 보기로 한다.


언젠가 '이 긴 여정의 마지막 날이 있겠지'라는 희망을 매순간 가져본다. 이제 며칠 남지 않았지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위해 오미크론x 집콕 육아의 콜라보의 성공을 위한 마음 방역을 하자.

내 안의 그녀는 되도록 출연하지 못하도록 마음 속 가장 깊은 곳에 꼭꼭 숨겨두고, 인간답게 행동하려고 노력하자. 어른보다 더 나은 인격을 가진 아이들에게 인격적으로 대해주자.

배려와 눈치 그리고 잔소리와 진심과의 조화를 이루어 보자. 오늘도 내일도 코로나19가 종식되는 그 날까지 다시 인간답게 살아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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