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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ueLin Apr 09. 2024

또 강릉,


봄 내음이 나는 아침 공기가 느껴지면 강릉 바다가 생각난다. 그리고 가장 아름답고도 울렁였던 내가 사랑했던 바다는 나의 2023년, 30살의 여름의 모습이었다.


1년 간의 취업 준비가 ‘명단에 없습니다.’라는 말로 끝나버린 그날 오후. 바로 강릉으로 가는 KTX열차표를 끊었다. 그동안 아껴두고 있었다.


매번 마음의 모든 것을 쏟아 내고, 숨 쉬고 싶을 때 찾던 강릉이었다. 이상하리만큼 힘들 때마다 강릉을 찾는 나였고, 그럴 때마다 또 이상하게 위안이 되는 강릉이었다. 그래서 여름 이후의 강릉은 꼭 다른 모습으로, 새로운 감정들로 차올려 채워 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해 여름, 그렇게 나는 또 비워내기 위해 강릉을 찾았다. 소주 한잔에 저녁을 먹고 있는데, 눈앞 사천 바다에 거짓말처럼 무지개가 떴다. 참 야속하기도 했다. 하필 이런 때 무지개가 뜨다니. 푸른색의 바다 위에 꽤나 선명하게 색을 보이고 있는 무지개는 참으로 예뻤다. 그리고 이내 사라졌다.


그렇게 일렁이는 분홍빛의 파도를 보며 또 다른 파도를 눈앞에 가득히 채워내는. 강릉의 아름답고도 울렁이는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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