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른 즈음에
모든 환경이 사막처럼 참으로 척박하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가장 메말라 있는 건 사막 한가운데 있는 초록 빛의 선인장 같은 나다.
그 선인장은 평범한 선인장이 아니다. 선인장이 태어난 사막도 평범하지 않다. 보통의 사막이 아닌 그 사막의 끝에는 낭떠러지가 있다. 그리고 그 벼랑 끝에 그 선인장이 서있다.
선인장은 생각한다.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보이질 않는구나.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까. 오아시스는 있기는 한 걸까. 왜 하필 나는 이곳에서 태어난 걸까.'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는 선인장의 모습이 사뭇 위태롭고 안쓰럽다.
하지만 이내 또 선인장은 생각한다.
'이 사막의 이 벼랑 끝의 내가,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앞이 보이지 않는 사막이지만 그 너머에는 오아시스가 있지 않을까. 뒤가 보이지 않는 벼랑이지만 그 밑에는 물이 흐르고 있지 않을까.'
선인장은 모른다. 척박한 무채색의 사막 한가운데에 서있는 쨍한 생명의 초록빛의 그 모습이, 벼랑 끝 기세 있게 서있는 당당한 그 모습이 얼마나 기적스럽고 소중한 것인지. 또 앞으로의 사막이 어쩌면 화수분처럼 터져나서 더욱 선인장에게 생기를 더해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