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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범규 Aug 17. 2020

벤처 투자, 그 목적의 중요성

2019년 12월, 어느덧 우리나라도 열 한번 째 유니콘 기업(1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비상장기업을 칭하는 단어)을 탄생시켰다.


90년대 인터넷 기술의 등장과 확산을 배경으로 태어난 벤처 기업은 오늘날 '스타트업' 이라는 세련된 이름으로 재탄생 하였고, 벤처 생태계는 최근 5년간 투자받은 약 3400개의 스타트업 기업가치의 총 합이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59% 수준까지 따라잡을 정도로 성장 대한민국 경제의 메인 플레이어로 자리매김 하며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따라 정부 또한 '제 2 벤처붐' 을 주도하며 벤처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오늘날 우리는 창업과 투자를 아주 가까이서 경험해 볼 수 있게 되었다. 대학생들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학교의 지원을 받으며 이를 실행해 볼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고, 누구나 일정 자격 요건만 충족하면 엔젤클럽, 개인 전문 투자자, 개인투자조합, 크라우드펀딩 등을 통해 비교적 쉽게 벤처 투자를 경험 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 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벤처 투자 생태계의 저변이 민간과 개인을 향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는 장기적으로 생태계의 지속가능을 위한 좋은 선택이지만, 동시에 우리는 너무나도 쉽고 빠른 방법적 확산으로 인해 생겨나는 무분별한 투자를 경계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벤처 투자란,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상장 기업'에 '금융 자본'이라는 외부적 자원을 연결해주는 행위이다. 우리는 흔히 여기서의 '비상장 기업' 을 '스타트업(Startup)' 이라고 부르며, '금융 자본' 을 '벤처캐피탈(Venture Capital)' 이라고 부른다.


벤처 투자는 모두가 알다시피 그 가능성에 투자하는 High Risk-High Return 구조이며, 기업의 성장 과정에 따른 투자 시기가 앞단으로 갈 수록 이러한 구조는 더더욱 극대화 된다.


우리는 왜 아무것도 준비되어 있지 않고 성공률도 매우 희박한 스타트업에 자본을 투입하는가? 투자라는 행위의 본질이 그렇듯, 벤처 투자 역시 그로 인한 수익을 목적으로 한다. 실제로 대부분의 제도가 이러한 수익을 목적으로 설계 되어 있다. 투자 행위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럴 수 밖에 없고, 그래야만 하는 매우 당연한 이치이다.


그렇다면 벤처 투자는 '오직 수익 만을' 그 목적으로 하는가?


우리는 이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투자라는 행위의 의미와 영향력 대해 한번 쯤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서, 벤처 투자는 기업에 자본을 제공하는 행위이다. 이 자본을 토대로 기업은 추가적인 자원을 투입하여 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이를 시장에 제공한다. 이들이 제공하는 제품과 서비스는 나름의 '가치'를 가지고 있고, 소비자는 이 '가치'를 소비함으로서 관련된 욕구를 해소한다. 이러한 가치사슬 아래 기업의 모든 활동은 관련된 생태계의 누군가에게 어떠한 영향을 끼친다.


즉, '벤처 투자'는 단순히 돈 놓고 돈 먹기가 아닌, 궁극적으로 그 기업의 활동에 연관된 모든 환경과 이해관계자들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귀결된다. (이는 사실 모든 투자가 마찬가지이다.)


이것이 뜻하는 바는, 그렇기에 "벤처 투자는 수익 뿐만이 아닌 또 다른 어떠한 것을 목적으로 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 이 가지고 있는 위력만큼, 우리는 더욱더 자본의 '목적'을 중요시해야 하며 벤처 투자자는 그들이 가진 자본에 대한 영향력을 항상 의식하고 그 근본적 목적을 항상 고려해야 한다.


우리가 벤처 투자를 위해 수익 뿐만이 아니라 또 어떤 것을 목적으로 삼을 수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것은 바로 '사회적 가치' 이다. 기업이 경영활동을 하는 모든 과정에서의 행위는 가까이는 이해관계자, 멀리는 전 지구적 생태계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 경영 활동의 과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어떠한 부분에 긍정적이고 가치있는 영향을 끼치는 것을 주요 목표로 하는 투자 행위를 바로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 라고 부른다. 우리 모두는 벤처 투자 활동을 통해 단순히 재무적 수익 뿐만이 아닌 더 나은 사회와 세상에 이바지 할 수 있다.


독일의 사회학자이자 철학자인 '게오르그 짐멜'은 그의 저서인 <돈의 철학> 을 통해 '최초에 어떠한 목적을 이루기 위한 수단으로서 기능하던 돈이,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버리는 현상' 에 주목하였다.


일백년보다 더 과거를 살던 게오르그 짐멜이, 오늘날을 살고있는 우리들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진다.


"당신에게 돈은 수단인가? 목적인가?"


그리고 필자도 오늘날의 벤처 투자 생태계에 비슷한 질문을 던져보고자 한다.


"당신에게 벤처 투자는 수단인가? 목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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