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둘째 날, 아침부터 부산하게 빅아일랜드의 19번 국도를 타고 마니니오왈리 비치(MANINI'OWALI BEACH)에 도착했다. 19번 국도는 대한민국 동해의 7번 국도처럼 해안가를 끼고 달리는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데 확연히 다른 점은 용암이 만든 검은 화산석이 양 옆으로 펼쳐진다. 푸르디푸른 하와이의 하늘과 대비되어 하와이에 온 것이 더욱 실감 났다.
파도타며 놀기 좋은 마니니오왈리 비치.
왼쪽_모래가 밀가루처럼 부들부들해서 모래놀이 하기에도 파도를 즐기며 놀기에도 좋았지만 어쩐 일인지 아이들은 엄마만큼 감흥이 크지 않았다. 이렇게 아름다운 비치에 와서 시시해하다니...
오른쪽_크리스마스 이브이던 이 날, 옆에 미국인 가족이 '샌드 올라프'를 만들어 놓아서 같이 사진도 찰칵. 하와이에서만 볼 수 있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다.
점점 파도가 거세지고 안전요원이 우측에 상어가 두 마리 나타났다고 모두 바다에서 나오라고 알려주어서 나온 김에 물고기가 많아 스노쿨링 명소라는 '카알루우 비치'로 이동했다.
수심이 얕고 고글로 바다속만 들여다 보아도 물고기를 생생하게 볼 수 있어 어린 아이들과 스노쿨링 초보자들이 놀기 좋은 카알루우 비치.
옐로탱 물고기와 거북이도 심심찮게 출몰한다. 이 때 아이들은 거북이를 발견했다.
오리발과 구명조끼를 입혀서 바위에 발을 다치거나 물에 빠질 걱정까지 모두 최소화했더니 물 만난 물고기처럼 신나서 바닷속을 구경하느라 정신없는 모습.
스노쿨링 마스크는 얼굴 전체를 덮는 풀페이스 마스크, 코까지 덮어서 코로 숨 쉬는 마스크, 입으로 무는 방식의 마스크 세 가지가 있다. 제주에서 아이들은 풀페이스 마스크를 껴봤는데 물놀이를 하다 보면 입으로 숨을 쉬기에 마스크 전면에 입김으로 인한 성에가 껴서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아이들은 그걸 모르니 뺐다 꼈다 하면서 마스크 안에 바닷물이 들어와 낭패를 보았다.
나는 하와이에서 입으로 물어서 숨을 쉬는스노쿨링 장비를 착용했는데 거북이 두 마리를 보고 흥분해서 아이들에게 알려준다고 아이들 쪽으로 빠르게 수영하다가 입으로 무는 장비를 놓쳐서 그만 잃어버리고 말았다.
맞는 장비야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스노쿨링을 더욱 잘 즐기려면 장비 중에 마스크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세 가지를 다 써 본 경험자로서 아이도 어른도 코까지 덮어서 코로 숨 쉬는 마스크가 가장 좋았다. 오리발은 물고기를 따라 헤엄칠 때 스피드를 높여주고 화산석인 바위에도 다칠 염려가 적었다.
우리가 한바탕 신나게 스노쿨링을 하고 자리로 돌아왔는데 바로 옆자리에 아이 아빠는 허벅지부터 종아리까지 바위에 다 쓸려서 피를 흘리며 짐을 싸고 아이는 가기 싫다면서 울고 있었다. 다들 간편하게 입고 스노쿨링 하는데 우리만 너무 풀장착 한 거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었지만 남편 없이 엄마 혼자 아이 둘 데리고 물놀이 온 엄마로서 무엇보다 안전이 최우선이기에 구명조끼는 생명줄인 셈이다. 와서 보니 에어비앤비 숙소마다 구명조끼가 모두 구비되어 있어 미리 알아보고 왔으면 짐의 부피를 줄일 수 있겠다 싶었다.
엄마!!!! 물고기가 무지개 색이야. 엄마!!! 저쪽에 거북이가 있어! 엄마!!! 스노쿨링 너무 재밌어!!! 엄마!! 완전 최고야 여기.
재밌고 신기한 나머지 둘이서 번갈아서 엄마를 불러대는 소리에 잠수해서 스노쿨링 장비를 찾다가 포기해 버렸다. 물살이 꽤 세서 이미 어디론가 흘러가버린 모양이다. 아이들 노는 걸 지켜보며 반대편의 수심이 깊은 곳으로 가보았다.
"와~ 물고기 떼와 거북이가 엄마 주변을 헤엄치고 다닌다!"라며 아이들을 불렀는데 거친 물살이 우리를 깊은 바다로 이동시키며 휩쓸릴 위험이 커져서 둘 다 붙잡고 잡아주느라 남편의 힘이 너무 필요한 순간이 있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혼자 물고기 떼와 거북이 따라가느라 깊은 바다로 가버렸을 것 같다.
자리로 돌아와 간식을 먹거나 휴식을 취할 때 근처에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등 성인들이 "스노쿨링 생각보다 재밌다. 거북이 두 마리나 봤어. 응? 나도 봤어! 나 물에 또 들어갈래" 하는 소리가 다국어로 심심찮게 들려오는 걸 보면 하와이에서 스노쿨링의 매력에 빠진 여행객들이 많아 보인다. 물고기가 반인 물속에 있으니 정말이지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제주도의 현무암 같은 거칠한 바위가 많은 화산섬이라 스노쿨링 아동용 장갑도 꼈다. 하와이에서 다쳐서 병원가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는 엄마의 의지.
하와이 비치의 대부분은 일정 수심 이상 들어가지 못하도록 줄을 쳐두고 통제하며 누군가 그 선을 넘으면 멀리서 안전요원이 빨리 돌아오라고 소리를 치고 소리를 못 듣거나 곧바로 못 돌아오면 바로 물에 뛰어들어 안전한 곳으로 데리고 와준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 어쨌거나 우린 수영을 잘 못하지만 스노쿨링 마스크와 구명조끼와 오리발 덕에 바닷속 세상을 실컷 경험했다.
이 날 이후로 우린 스노쿨링 이야기로 잠이 들고 아이들은 아침이 되면 엄마보다 빨리 일어나서 수영복을 갈아입으며 하루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