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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흘살기 전문가 Mar 17. 2024

3. 나에게 영감을 준 우붓시장
Ubud Market

BALI_우붓의 장인들이 만든 수공예품의 천국


우붓시장에 가기 전 유명한 사태집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평소에는 아이들에게 주스를 사주지 않지만 달콤한 자몽주스와 레몬에이드도 주문해 아이들이 지치지 않게 다음 일정을 대비한다. 어느 여행지를 가든 그 나라의 시장은 꼭 구경하는 편이다. 물건구경도 흥정도 재미있지만 사람사는 냄새가 폴폴 나는 곳이 바로 시장이기에 우린 우붓시장으로 향했다. 우붓시장에는 장인들이 한땀한땀 직접 만든 수공예품들이 많았다.


 


시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무심하게 우쿨렐레를 연주하고 있는 상인이었다. 라틴가방, 열쇠 고리와 목각인형을 파는 매장들은 판매상들이 물건을 보여주고 안에도 들어가보라고 적극적으로 판매유도를 하는데 반해 우쿨렐레 상인은 눈을 떴는지 감았는지도 모르게 우쿨렐레 연주만 한다. 미니 사이즈의 우쿨렐레로 여러가지 곡들을 쉼없이 연주하는데 의외로 소리가 참 좋아서 한참을 서서 아이들과 연주하는 걸 구경 했다. 주인이 아니고 알바인가 싶을 정도로 심드렁한 표정의 아저씨는 우리에게 관심도 없다. 



두어바퀴를 돌아 우붓시장 구석구석을 구경하고 다시 우쿨렐레 앞을 지나갔다. 딱히 연주에 심취한 것 같지도 않고 그냥 시간아 어서가라 낮잠을 쫓기위한 연주인것 같은데도 연주 소리가 좋다. 가볍게 퉁퉁 튕기는 멜로디, 나른하게 무심한 연주자의 모습과도 왠지 어울린다. 이런게 진정한 발리인의 바이브인가. 



물건 고르는 안목이 나름 까다로운 편인데 눈길한번 안주고 여러가지 곡들을 연주만 하는 전략이 통했다. 물론 소리도 좋았기에 아이들의 발리 기념품은 우쿨렐레로 정했다. 각자 하나씩 목에 걸고 우쿨렐레를 엉망진창 연주하며 신이났다. 발리에 온 기분이 드는 기념품이라 엄마로서도 만족스러웠다. 


이후 3년이 지난 뒤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되고 방과후 수업에 우쿨렐레가 있어서 신청을 하게 되었다. 악기 지참이라 발리에서 산 우쿨렐레를 아이통해 보냈는데 선생님께 전화가 왔다.

"어머님 이건 장난감이라 수업에 쓸수가 없어요. 제가 악기 구매할 수 있는 사이트 보내드릴게요"

"연주하는 소리가 꽤 괜찮아서 듣고 샀는데 수업에 안될 정도인가요?" "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보편적인 우쿨렐레의 사이즈는 콘서트 concert 부터인데 이건 더 작고 소리가 울리지 않아 수업시간에 사용할 수 없는 장난감이에요"

 

나는 그날 우붓시장에서 뭘 들은걸까..그날이후 안목이 까다롭다는 본인피셜은 마음속으로 꾸깃하게 넣어버렸다. 선생님이 보내주신 사이트로 악기를 구매해 줄을 튕겨보니 확실히 소리울림이 다르더라. 우붓시장에서는 뭔가 홀렸던게 분명하다.




우붓마켓에서 본 다른 수공예품들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현지에서 택시 기사를 섭외해 발리 도매시장을 둘러보았다. 택시 기사도 잘 모르는지 친구 기사들에게 수소문해 찾아간 도매시장에서 발리스타일 쿠션커버, 베개커버, 블랭킷, 라탄백, 밤부(대나무) 수공예품들 둘러보며 샘플가격들을 조사하고 구매하고 명함을 받았다. 수공예품들이 한국에가서 팔아도 될 정도로 훌륭한 품질의 것들이 많았기에 온라인 사이트까지 뒤져가며 반나절 시간을 투자했다. 그 당시 한국에서 발리제품들을 검색하면 하나도 검색이 되지 않았기에 더 신이나서 발품을 팔았다.



숙소로 돌아와 샘플들을 계산해 보며 관세, 세금통관 등을 알아보는데 한국까지 들여오는게 힘들고 세금이 쭉쭉 붙어 몇백개 팔아도 남는 것도 없겠다 싶었다. 발빠른 한국 사람들이 발리 제품을 직항으로 들여와 팔지 못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싶어 깨끗이 접었다. 당시에도 발리 가구 등 컨테이너 단위로 들여와 제품을 파는 업체가 한두 개 있었지만 그 업체에서 점차적으로 소품까지 들여와 팔게되니 소규모 업체들은 승산이 없을 것 같았다. 잠깐이었지만 꿈과 희망에 부풀어 20대처럼 에너지가 샘솟는 반나절이었다. 

더운날씨에 나를 따라다니느라 지친 친정엄마와 아이들은 이미 곯아떨어져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내일은 엄마와 아이들을 위한 날로 만들어줘야지 마음먹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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