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LI_그 원숭이를 조심하세요!
우붓의 명소는 많지만 아이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던 몽키 포레스트로 출발했다. 가까이서 보는 원숭이는 무섭다며 엄마는 매표소와 붙어있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뙤약볕에 야외라 덥다는 이야기만 듣고 아이들에게 모자를 씌워서 갔는데 숲이 거대하고 울창해 몇몇 구간 빼고는 대부분이 그늘이었다. 입장 전, 주의사항이 있다.
1. 원숭이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말 것(싸우자는 줄 알고 공격한다)
2. 비닐봉지를 가져가지 말 것(소리나는 것에 민감해 다 뒤지려고 한다)
3. 새끼 원숭이는 사람들 위에도 올라가는데 절대 만지지 말 것(엄마 원숭이가 근거리에서 보고 있다가 새끼 원숭이를 만지면 달려든다)
4. 음식을 주지 말 것
숲속에 원숭이들이 여기저기 자연방사되어 마치 관람객들이 원숭이 마을에 온 기분이 들었다. 꾸벅꾸벅 졸거나 무리를 지어 공원에서 놓아둔 먹이를 먹거나 원숭이 새끼들에게 젖을 물리며 엄마 원숭이들끼리 모여앉아 털을 고르며 수다를 떠는 모습이 사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관람객에게 호기심을 보이며 가방과 휴대폰을 만져보는 원숭이도 있었다.
인구의 88%가 이슬람교를 믿는 인도네시아지만 발리는 힌두교의 영향이 강해 거리 곳곳에 힌두교 석상들이 많이 보인다. 그 중 '하누만(Hanuman)'이라는 원숭이 신이 가장 인기 있는 신이라 발리에서는 원숭이가 귀하고 신성한 동물로 대접받고 있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곳이 바로 몽키 포레스트이다. 원숭이 신이 모셔져있는 신전도 따로 있을 정도니 말이다. 관리인들이 사과와 바나나 등 먹을 것도 풍족히 놓아두지만 호기심많은 원숭이들이기에 예측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5살 둘째와 원숭이의 사진을 찍으려는데 갑자기 새끼 원숭이가 빠르게 다가와 아이의 무릎에 앉아 모자를 위로 들더니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치 얼굴 좀 보자 하는 것 같았다. 사진을 찍고 있던 찰나에 원숭이가 프레임에 들어와 그 장면이 찍혀버렸다. 순식간에 아기 원숭이와 가까이서 아이컨텍을 하게 된 둘째는 겁에 질려 얼음!이 되었는데 아기 원숭이는 아이 무릎에 쉬야까지 하고 유유자적 어미에게 가버렸다.
동물이지만 아기는 아기를 알아보는 걸까? 아기 원숭이들은 어린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덩치 큰 아빠 원숭이들은 관람객의 가방을 뒤지거나 휴대폰에 관심을 가진다. 내 가방엔 비닐봉지는 없지만 아이들 손 닦아주려고 물티슈가 있었고 어떻게 알았는지 계속 원숭이가 다가와 물티슈 있는 부분을 건드리며 가방을 열려고 해서 애를 먹었다. 최근에는 지능이 높은 원숭이들이 사람의 휴대폰을 빼앗아서 높은 곳에서 떨어뜨리는 일도 잦아져서 사진찍기를 금지시킬 때도 있다고 한다.
길게 잡아도 2시간이면 다 둘러보는 몽키 포레스트. 초록초록한 숲에서 동물과 교감하며 산책을 하다보니 정신도 맑아지고 힐링이 되었다. 둘째에게는 내 바지에 원숭이가 오줌쌌다고 원망을 들었지만 말이다. 몽키 포레스트에 오면 새끼 원숭이도 조심하세요. 작고 귀여워서 넋놓고 보다가 순식간에 당합니다. 천방지축 겁이 없어도 너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