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 저게 뭐지? 고요하고 초록초록한 숲, 우붓에 있다 꾸따에 오니 별천지다. 도로를 달리면서 맥주를 마실 수 있는 움직이는 Pub이라니! 혼자 왔더라면 달리는 펍에 앉아 맥주 마시며 꾸따거리를 즐겨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침 먹으러 나온 카페는 오후가 되면 화려해질 pool party pub과 붙어 있다. 호주인들이 왜 발리를 우리의 제주도처럼 생각하고 좋아하는지 꾸따에 와서야 이해가 되었다.
우붓에선 보이지 않던 머리 땋아주는 미용실이 있어 아이들 머리부터 땋아주고 꾸따의 명소 워터붐 발리(Waterbom Bali)로 이동했다. 숙소와 걸어서 10분 거리라고 하는데 숙소에서 워터붐발리까지 버기로 무료로 태워주어서 편리했다. 이런 서비스 너무 좋아! 거리 곳곳이 관광객들로 활력이 넘치고 호객행위도 심하지만 그것 또한 꾸따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워터붐 발리는우리나라의 캐리비안베이보다 규모는 작지만 있을 건 다 있고 특히 물놀이터, 워터슬라이드가 곳곳에 있어서 아이들은 물 만난 제비처럼 신나게 물에서 놀았다. 워터슬라이드는 1인용, 2인용, 5인용 등종류가 많아서 혼자서 타고 딸이랑 타고 엄마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뭐니 뭐니 해도 좋은 건 대기줄이 짧다는 것이다. 한국에서는 줄 기다리다 지쳐서 몇 번 못 타는데 여기선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이 탔는지 워터슬라이드만 반나절을 타고 놀았다. 큰아이는 겁도 없고 스릴을 즐기는 아이라 여러 종류의 워터슬라이드를 발리에 와서 다 마스터했을 정도. 발리에 온 후 처음으로 아이들의 얼굴에 활짝 웃음꽃이 피었다.
혼자서 서핑보드에 엎드려 누워 거의 90도로 떨어지는 슬라이드를 타고 아이한테는 빨라서 타지 말라고 했는데 한 번만 타보고 못 타겠으면 안 하겠다더니 스릴 있고 재밌다고 두세 번을 혼자서 더 탔다. 다 좋은데 내가 꼽는 워터붐 발리의 한 가지 단점은 한국보다 키제한과 나이 기준이 엄격하지 않아서 엄마가 먼저 타보고 안 되겠다 싶은 건 못 타게 해야 할 것 같다. 새소리와 물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니 발리까지 온 보람이 마구 샘솟는 하루다.
여행객들이 대부분이라 2시가 지나자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다. 아이들로 북적이던 물놀이터엔 두 딸만 남았다. 안전요원이 플루메리아 꽃을 따와 아이들 귀에도 꽃아 주고 놀아주니 마음이 편해져서 나도 모르게 잠이 쏟아진다. 10분만 낮잠 자도 되냐고 물어보고 잠시 휴식도 취했다.
한나절 즐겁게 놀고 숙소로 돌아오며 전날 숙소 앞에 맡겨두었던 세탁물을 찾았다. 여름에 여행을 하다 보면 이틀만 지나도 세탁물이 한가득 나오는데 발리는 무게단위로 요금을 받았다. 부부사장님이 빨아서 말려서 일일이 개워 패킹까지 해서 한국돈 단 15000원 이라니. 이러니 발리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배달음식 시스템도 잘 되어 있어 한국음식을 주문하면 오토바이로 숙소까지 금세 배달해 준다. 배달료는 단돈 900원.
여행자에게 이보다 천국이 있을까? 발리는 한 달 살기로 왔어야 했는데, 우붓에 갔던 첫날 발리온 걸 후회했던 건 내가 무지한 탓이다.
샤워 후 한숨 자고 나니 배가 많이 고프다. 물놀이 뒤 저녁은 든든하게 먹어야 한다. 발리는 소고기보다 돼지고기가 유명하고 맛도 있다. 폭립과 발목부위 살을 튀겨만든 knuckle 이 유명한 식당은 이름도 재밌는 와하하 식당이다. Knuckle은 한국식으로 족발튀김인데 이곳에서 만든 특제 소스에 찍어먹으면 돼지 특유의 냄새도 없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폭립도 아이들이 하나씩 잡고 뜯으며 눈 깜짝할 사이에 없어졌다.
와하하 식당은 맛도 맛이지만, 손님이 들어올 때마다 전 직원이 와하하~를 외쳐서 모두 새로 온 손님들을 보며 하하하 웃게 된다. 얼른 머릿속에 입력된 내 딸들이밥 먹다 말고 문쪽만 바라보고 있다가 손님이 입장할 때 직원보다 먼저 와하하를 외쳐대서 다른 어린이들도 따라 하고 직원들도 웃고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마쳤다. 발리에 다시 간다면 꼭 다시 가보고 싶은 유쾌하고 맛있는 와하하~~~
아직 가보지 않은 새로운 여행지에서 아이들까지 데리고 다니다 보면 엄마인 나는 긴장을 한다. 덥고 습한 날씨에 움직이며 도착한 곳이 아이들이 좋아할지 안 좋아할지 모르고 막상 도착해서 반응이 그닥이거나 아이들이 힘들어하면 곧 플랜 B를 실행해야 체력도 시간도 아끼는 최선의 여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이렇게 스스로 생산해 내는 긴장감을 늘 즐기는 편이다. 다음 여행지를 계속 꿈꾸는 것도 긍정적인 긴장감이 축적된 피드백이 아닐까?-
파워 J의 여행은 그렇다. 수첩에 메모도 깨알 같고 자기 전 늘 머릿속으로 다음날 여행지를 시뮬레이션하며 잔다. 꾸따에서의 첫날인 오늘은 깃털만큼의 긴장도 없이 편안하게 하루를 충분히즐긴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