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의 전성기가 오래가기 어렵다는 주장의 근거에는 주력 선수들의 고령화가 있다. 오랫동안 레알을 이끌었던 벤제마, 루카 모드리치의 나이는 각각 36세, 34세이다. 또 다른 중원의 핵심 자원인 토니 크로스는 32살이다. 10년 가까이 레알의 우측 수비를 책임졌던 다니 카르바할은 올해 30세가 됐다.
노병은 무조건 팀의 걸림돌이 아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2021~2022 시즌 부진이 예상됐던 레알은 벤제마, 모드리치의 활약 덕분에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특히 벤제마의 활약이 눈부셨다. 벤제마는 2021~2022 시즌 모든 대회를 통틀어 44골을 넣었다.
하지만 노병의 활약이 2022~2023 시즌까지 이어진다는 보장은 할 수 없다. "클래스는 영원하다"는 명언과 별개로 축구는 선수가 90분 동안 뛰어야 하는 스포츠이다. 40세를 바라보는 나이는 벤제마와 모드리치에게 장애물일 수밖에 없다.
‘쓸놈쓸’ 안첼로티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 출처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67874#home
레알은 클래스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를 꾸준히 영입하고 있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 호드리구, 에두아르도 카마빙가가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AS모나코의 오렐리앵 추아메니 영입을 추진하고 있다. 추아메니는 2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프랑스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변수는 감독인 카를로 안첼로티이다. 안첼로티는 유망주보다 검증된 선수를 주로 기용하는 걸로 유명하다. AC밀란 시절 안첼로티는 파울로 말디니, 필리포 인자기 등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선수를 자주 기용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말디니, 인자기가 나쁘지 않은 기량을 선보인 만큼 그들을 중용하는 감독의 판단은 틀리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쓸놈쓸’하는 안첼로티 철학으로 인해 AC밀란은 세대교체 시기를 놓쳤다.
이번 시즌도 비슷했다. 안첼로티는 미드필드 라인에 주로 ‘크로스-카세미루-모드리치’를 기용했다. 젊은 미드필더인 페데리코 발베르데, 카마빙가는 시즌 초반 벤치에 머무르는 시간이 많았다.
시즌 중후반이 될수록 발베르데, 카마빙가는 그라운드를 자주 밟았다. 하지만 발베르데는 미드필드가 아닌 공격 라인에 주로 배치됐다. 카마빙가는 주로 후반 교체 멤버로 나왔다. 미드필드 라인은 계속 ‘크로스-카세미루-모드리치’가 지켰다.
독일의 전철을 밟을까
94년 미국 월드컵에 참여한 독일 대표팀. 출처 : https://amnesty.or.kr/8227/
세대교체를 미루다가 부진의 늪에 빠지는 팀의 사례는 수없이 많다. 앞서 언급한 AC밀란과 90년대 독일 대표팀이 대표적이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독일은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주축 선수들이 나이가 들면서 기량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일은 세대교체를 제때 진행하지 못했다. 유로 96에서 노장들의 마지막 투혼으로 우승을 차지해서다. 유로 96 우승으로 독일은 “우리는 여전히 강하다”라는 착각을 하게 됐다. 그 결과 독일은 98년 프랑스 월드컵 8강전에서 크로아티아에 3대 0 대패를 당했다.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독일 대표팀은 암흑기에 빠졌다.
2021~2022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레알에 독이 될 수 있다. “노장의 힘 덕분에 유럽을 제패했다”는 인식이 생길 수 있어서다. 그럴수록 더욱 경계해야 한다. 다음 시즌에도 벤제마, 모드리치에 의존하는 축구를 하는 경우 레알은 결국 몰락의 길을 걸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