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내 글을 들여다보고 싶으면
2024년 10월 26일에서 27일로 넘어가는 새벽에
싸이월드를 아주 오랫동안 했다. 싸이월드에 다이어리를 오랫동안 썼기 때문이다. 싸이월드 서비스가 종료되기 직전까지도 다이어리를 열심히 썼다. 아무래도 10대는 덕질에 헌신한 만큼 덕질 관련 얘기가 많았고, 되려 사춘기가 20대에 온 탓에 20대 초에 감성적인 글을 많이 썼다. 다행히 눈물 셀카는 올리지 않았다. 도토리 다섯 개라는 거금을 허투루 쓰고 싶지 않아서, 심사숙고해 골라서 산 BGM을 들으며 다이어리를 썼다. 내 싸이월드 BGM은 꽤 다양했다. 지금 생각나는 것 몇 개만 얘기해 보자면, 검정치마-Love shine, 마이큐-Falling for you, 카디건스-Carnival... 솔직히 이런 고상한 음악들 말고 괴상한 음악들도 많이 샀던 것 같은데... 셀프로 파묘할 필요는 없으니 덮어두겠다.
페이스북도 열심히 했다. 싸이월드랑은 다른 매력이 있는 SNS였다. 싸이월드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이어리에 갈무리하는 느낌이었다면, 페이스북은 싸이월드에 비해 실시간을 즉각 기록하는 재미가 있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스마트폰이 상용화되었기에 페이스북은 내 대학생활의 거의 모든 기록을 보관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주 사소한 것들도 전부. 질보다는 양의 시대였다고 자평한다. 어느 정도였냐면 지루한 전공 강의를 들으며 펜 세우기에 몰두하다 기어코 펜을 세우고서는 그 사진을 찍어서 페이스북에 올렸던 게 기억이 난다. 그게 뭐 자랑이라고...
그리고 인스타그램을 아주 오래 하고 있다. 2014년 4월에 만든 계정을 10년째 쓰고 있다. 심지어 계정이 세 개나 있는데 본 계정, 책 계정, 고양이 계정으로 나누어져 있다. 올린 게시물만 합쳐도 약 3천 개다. 요즘 MZ들은 인스타그램 피드에 아무것도 안 올리는 게 유행인 것 같지만, 나는 꿋꿋하게 10장을 모두 채워 올린다. 가끔은 아주 구구절절하게 일기나 여행기를 쓰기도 하고, 내가 갔던 맛집 이름을 줄줄이 늘어놓기도 한다. 한 페이지 가득 서평을 쓸 때도, 아무 말도 없이 사진만 올릴 때도 있다.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 인물사진 모드로 사진을 찍어둔다. 인스타그램에 올려야 하니까. 친구들을 만나서 술을 마시면 꼭 부메랑을 찍는다. 인스타스토리에 올려야 하니까.
지금까지 읊어본 내 기록의 일대기가 여태껏 누구에게 가 닿았을지 모르겠다. 확실한 건 나는 나를 위해 쓰기에, 나는 나를 위해 그것을 읽는다는 점이다. 나는 자꾸만 내 글을 들여다보고 싶다. 그렇기에 내 기록의 일대기는 내 읽음의 일대기와 동의어나 다름없다.
대체적으로 내 글은 미약하지만 아주 담담하게 나를 그 시간에 머물게 한다. 그래서 나는 그 시간에 고스란히 남아있던 나를 찾아갈 수 있게 된다. 어떤 기록을 남긴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누구보다도 빤하게 아는 사람인 내가, 다른 사람인 척 그때의 나를 빤히 들여다본다. 10대의 정돈되지 않은 나를. 뜨거운 여름을 나는 20대의 나를. 지난한 싸움에 지친 나를. 행복에 겨워 나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는 나를. 새로운 도전에 맞닥뜨린 나를.
그러면 나는 내 글을 읽으면서 나를 두 번이나 좋아할 수 있게 된다. 나를 위해 글을 쓴 나. 나를 위해 쓴 글을 읽는 나.
나는 자꾸만 내 글을 들여다본다. 나를 좋아하려고. 나를 위하는 나를 새삼스러운 얼굴로 만나려고. 그래서 나는 나를 위한 글을 쓰는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