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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걸음거름 Dec 22. 2021

화분

일상의 평범한 것들을 들여다보기

화분


 이 화분은 아빠가 당근에서 구매해서 오셨다. 난 이제까지 엄마가 화분을 좋아하셔서 우리 집에 화분이 많은 줄 알았다. 하지만 29년 살면서 아빠가 화분을 좋아하신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다. 왜 화분을 좋아하는지도 몰랐지만.. 알게 되었다. 사실 아빤 천식이 있으셨다. 이따금 들리는 아버지의 헛기침을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나 자신이 너무 바보 같다. 이제 아빠는 가고 없다. 만날 순 있지만 머나먼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본인의 주어진 삶을 살아내기 위해 그곳 어딘가에서 본인의 뜻을 펴고 계신다. 사실 아빠를 많이 안다고 생각했던 아빠의 모습은 아빠의 모습이 아니었다. 단단하게만 보였던 아버지의 겉껍질이었다. 사실 아버지도 사람이다. 힘들 때 힘든 내색 없이 여기까지 오셨다.


내가 이 화분을 버릴 수 없는 이유는 아버지가 이제까지 보여주지 않았던, 아니 보여줄 수 없었던 아버지의 축 쳐진 뒷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던 것이다. 계속해서 자라나는 이파리들을 위로 올리기 위해 굽어져야만 했던 아래의 작은 이파리.


그것은 나를 위해 동생들을 위해 희생했던 우리 부모님의 못다 이룬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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