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다 내 업보인 것을
심신이 온전했을 당시의 저라면 어찌저찌 잘 지나갔겠지만서도요, 젠장맞게도 가장 심신이 나약해져 있을 때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징글대며 4년을 버텼습니다만, 결국 Y 로부터 온 짧은 디지털 글자 쪼가리 따위에 그 세월이 다 무성해지더이다. 어찌 그 작은 한 놈에 사람이 그리도 무너 질 수 있는지!
Y와 나는 지금 생각 해보아도 깨나 괜찮은 연애를 즐긴 사이였습니다. 남들의 연애 형태따위는 잘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다시금 이런 연애를 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헤어지고 나서도 계속 이어졌으니요.
헤어지고 나서 후회를 참 많이 했습니다. 후회로 점철된 나의 잡념들은 언제가 되었든 나를 괴롭혀왔습니다. 이를테면 -그때 그러지 않았더라면 -, -그때 행동을 달리 했더라면- 하는 식입니다. 한 순간의 잘못들이 저를 밑 구렁텅이로 끌어당기는 결과를 만들어냈으니, 인간이라면 누구나 후회를 하겠지요. 개중에서도 저는 '나약한' 인간이었고요.
버텨 오며 그리 생각 했더랬죠. '그 누구를 만나도, 혹은 Y 당신을 다시 만나더라도 내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하자' 라고요. 그리 버티다 보니 Y에게 연락이 오더군요. 그리고 저는 젠장맞게도 가장 심신이 나약해져 있을 때 였고요.
그리던 Y를 다시금 만났습니다. 그리고 일련의 멍청한 사고들이 벌어졌고요. 한 순간의 선택들이 Y를 저로부터 다시 멀어지게 만들었습니다.
또 다시 후회합니다. 이제는 한 평생을 후회하게 되겠지요.
또 다시 버티며 그리 생각 하겠지요. '그 누구를 만나도, 내 선택에 후회가 없도록 하자' 라고요.
또 다시 밑바닥을 기겠지요.
한창 더울 때 언제 즈음인가, 항상 그래왔듯 주제 넘게 술을 마셔버리고
골방에 들어와 다 쏟아낸 후 기억까지 그 쏟아낸 사이에 같이 섞여 내려보낸 후의 그때 즈음에,
눈을 뜨고 무엇을 좀 하려다 보니 개수대가 잔뜩 막혀 물을 내려보내지 못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살짝 개수대를 열어보니, 구토가 여기저기 한 가득 껴 있더군요.
이미 벌레들은 본인 밥 그릇을 찾았다는 듯이 열심히 식사를 즐기고 있었고요.
이미 더러울대로 더러워져버린 개수대를 치우며, 치워도 치워도 깨끗해지지 않는 개수대를 보며 저는 되내였더랍니다.
'이제 와 청산하여 무엇하리, 어쨌든 다 내 업보인 것을'.
그리 교훈을 얻고도, 다시 이런 꼴인 것을 보아하니 언제쯤 바보 천지마냥 업보를 쌓으며 후회하는 일을 그만 둘 수 있을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