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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방 김안녕 Jan 26. 2024

18살 첫 사업, 28살 두번째 사업을 시작하며

 나는 18살,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봐도 분명할 정도로 사업을 말아먹었다.

 경험과 능력 부족이 그 원인이라고 나름 분석을 마쳤으며, 언젠가 다시 시작할 -하고 싶은- 또 다른 형태의 내 사업에 있어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군 전역 후 바로 회사에 입사하였다. 회사는 어떻게 굴러가는지 경험하고, 회사 안에서 다양한 업무들을 수행하며 능력을 채우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어쩌다 보니 두번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10년 전 그때의 나와는 돈, 경험, 능력 등 사업의 성패에 필요한 모든 요소에서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이 발전 해있는 상태에서.


 과연 나는 지금까지 누적해온 달란트들을 토대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혹은 한번 더 사업을 말아 먹으며 목적지 잃은 철새마냥 한참을 방황하게 될 것인가?


 음, 모르겠다. 모를 수 밖에 없지. 내 미래의 일을 어찌 알겠는가. 다만, 회사생활을 하며 배운 것 중 가장 잘 써먹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있다면 - 모든 프로젝트에 있어 예측은 필수적이며, 예측은 객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를 근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내 객관적이고 정확한 데이터는 내 과거의 모습들일테고.

 그간 어찌 살아왔나 톺아보기 위해 작년치 기억들만 슬쩍 끄집어 내어 어찌 살아오다 10년만에 다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몇 자 써보고자 한다.


- 저 옛날부터 살아온 기억들은 시리즈물로 연재중이다.-


음. 2023년, 작년의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1. 회사원 생활의 종말


 18살에 창업한 회사를 어려움 속에 운영하다 군 입대로 인해 사업자를 폐업처리 한 후, '회사를 다녀 본 적도 없는데 어떻게 회사를 운영하겠는가?'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들어 전역 후 바로 입사한 이래 어연 5년.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부터 - 이름난 대기업까지 다양한 형태의 기업체에서 근무를 했었고, 같은 분야 내 이 회사 저 회사 얼레벌레 옮겨 다니며 전문 지식을 쌓은 결과 이제는 불러주는 곳 중 골라서 갈 수 있는 정도의 입지를 쌓을 수 있었다.


 어느 정도 입지를 쌓고 이름값이 있는 회사를 다니다 보니, 회사로부터 주어지는 것들은 혼자 사는 독신남에게는 너무나 달콤한 것들이었다. 매월 따박따박 들어오는 깨나 많은 급여, 그로부터 발생하는 날로 늘어나는 저축액, 보장되는 사회적 입지 등. 겪어본 자들이라면 누구나 그 중독성에 공감할 만한 그 지독한 마약 같은 것들.


 이를테면, 아무개를 중재자에게 소개를 받아 삼자대면 할 때.

 중재자는 아무개에게 나를 이렇게 소개한다. '이름은 XXX고, 회사 OOO 다녀~'. 누구나 다 아는 그 회사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달라지는 상대방의 행실. 관련한 여러 질문들. 나의 어깨는 이미 저 하늘 위로. 그리고 마무리엔 남 모르게 계산도 딱!


 이 순간들이 20대 중반 남성에게 얼마나 크게 작용을 하던지, 마치 엔도르핀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천 바퀴는 도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뭔지 알 것 같음.


 이게 얼마나 쓸데없는 허상인지는 금방 깨닫게 되었다. 이름값 깨나 되는 그 회사에서 나와 상대적으로 이름값 없는 회사로 이직한 이래로도 나는 남들에게 이름이 아닌 'OOO 다니는 걔'로 한동안 불렸으며, 오랜만에 만난 아무개들은 여전히 나에게 회사 OOO에 대해 으레 물어보곤 했었다. 그럼에도 한동안은 -아주 꼴사납게도- 그들의 기대에 부응을 해야 한다는 양, 혹은 아직까지는 그 이름값을 단물 다 빠질 때까지 즐기고 싶다는 양 그러한 순간들을 즐기는 철부지 같은 모습을 보였다. 언제부턴가 나는 내가 아닌 OOO 소속 회사원 A로써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분명 내가 우선이었다면 그 회사는 퇴사했다고, 잘 모른다고 했을 터인데.


 분명 첫 회사에 입사할 때만 해도 큰 배포를 가지고 있었다. 이를테면 '절대로 회사원 생활에 안주하지 말고 빨리 배워서 내 사업을 다시 시작하자' 라던지. 그런 배포는 다 어디 가고, 약에 찌든 것 마냥 회사라는 당장 눈앞의 가치에 깊이 빠져 허우적대는 모습이 얼마나 꼴사납게 느껴졌던지! 그것을 깨달은 것이 작년 2월이고, 결심이 서자마자 아주 쉽게 퇴사했다.


 누군가가 퇴사 사유를 물으면, 항상 '그냥' 이라고 대답했다. 위의 이유들은 너무 장황했고, 실제로도 앞으로는 어찌 살아가야 하는지 따위의 계획 없이 '그냥' 퇴사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2. 백수 생활의 시작, 그리고 종말


 이야기 했듯, 딱히 퇴사하고 뭘 할지 계획 같은 걸 세워두고 퇴사하지는 않았다. 그저 깨나 고됐던 회사생활 -누군가 보기에는 우스울 정도로 쉬웠을 수도 있지만- 로부터 고생한 내 심신을 안정시키고, 이미 찌들대로 찌들어버린 회사원 냄새를 다 뺄 수 있을 때까지 기약 없는 백수 생활을 하고 싶었다.


 위 일련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회사원일때의 생활 루틴은 폐기 처분, 백수로써의 새로운 생활 루틴을 짜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그 루틴은 아래와 같다.



 - 오후 3-4시즘 되어서 눈을 뜬다.

 - 눈을 뜬 상태로 그대로 누워 열심히 스마트폰질을 한다.(이때 필수적으로 고양이가 옆에 같이 누워있어야 하며, 한 손은 스마트폰, 한 손은 고양이 배를 만지작 거려야만 한다)

 - 오후 6-7시즘 되어 일어나고, 저녁 메뉴를 매우 신중하게 고른 뒤 배달을 시킨다.

 - 그날 볼 유튜브 영상들을 모두 컴퓨터에 띄워놓고 밥을 먹으며 영상이던 밥이던 하나하나 음미한다.

 - 그렇게 밥을 다 먹으면 저녁 9시 즈음, 약속이 있으면 대충 차려입고 술을 먹으러 나가거나 / 약속이 없으면 게임을 시작한다.

 - 새벽 1시-2시즘 되어서 슬슬 홀덤을 치러 근처 매장에 방문한다(회사 다닐 땐 질릴 때까지 홀덤 치는 게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 매장 마감 할 때까지 홀덤을 치고, 택시 타고 집에 들어와서 다시 잔다.



 백수 주제에 돈 들어오는 구석도 없이 -누가 보면 내 땅에서 석유라도 나온 듯이- 쓰고 다녔으며, 건강상 매우 나쁜 생활 루틴을 계속 이어 나갔으며, 자기 계발 방면으로 무언가 하는 것 하나 없이 그저 멍 때리며 살았다. 뉴스에 '아무 이유 없이 쉬는 2030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올 때마다 내 이야기여서 찔리기도 했지만, 그것도 잠깐일 뿐, 다시 내 루틴을 고수하며 열심히, 아주 성실히 '그냥' 쉬기만 했다.


암만 백수여도 이렇게 생겼으면 살 맛 나겠다.


그렇게 거진 6개월을 살았다. 그저 미친 백수 그 자체.


 6개월쯤 지나니 그동안 하고 싶었던 것들은 몇 번씩 다 해버렸고, 원체 반복되는 삶에 흥미를 길게 느끼지 못하는지라 놀고먹는 것도 금세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하더라. 노는데 흥미가 떨어지자 슬슬 먹고사는데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현실 파악을 해보기 시작했다. 나이 28살 / 직업 없음 / 보유 자산 주식 X천만 원(-50%), 고양이 한 마리 / 집 전세 / 자가용 없음 / 고정소득 없음. 이걸 보고 있는 당신이라면, 만일 지인 누군가가 이런 사람 소개받아 보겠냐고 물었을 때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였다면 우선 조금은 꺼려질 것이 분명했다. -내가 속물이어서 그런 걸 수도 있다-


 현실 파악을 완료한 후 18살 때, 그러니까 내가 첫 사업을 시작했을 때와 똑같이 '나는 뭘 먹고살아야 하나' 실실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그때 즈음 항상 친하게 지냈던 14살 터울의 B 형님에게 사업을 같이 해보자는 제안을 받게 되었다.



 B 형님은 내가 서울에서 직장 다닐 때 만났던 형님이다. 나의 직속 상사였는데, 그때에도 계속 본인 사업(여행 관련)을 하던 사람이었다. 회사의 대표가 B 형님과 예전 직장에서 안면이 있던 사이였고, 회사 입장에서는 중역을 맡길 사람이 필요했고 / B 형님 입장에서는 코로나로 인해 사업이 안 좋아지던 때 뭐라도 해야 하는 기로에서 제안을 받아, 어떻게 보면 상호 합의 된 낙하산 같은 개념으로 입사를 하신 분이었다.  


 현재 사업을 하고 있는 B 형님과, 언젠가는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나는 그 축이 깨나 잘 맞았으며, 이게 회사를 다니는 건지 돈 받으면서 B 형님과 술 마시러 다니는 건지 모를 정도로 일 끝나면 무조건 B 형님과 단둘이 회사 근처 술집에 들어가서 밤늦게까지 술을 마셔댔다.


 새벽이 되어 둘 다 만취할 때 즈음 되면, 강남에서 퇴근하는 B 형님의 직원분이 차를 타고 회사 근처인 서울역으로 오시어 주취자 둘을 연행하듯 데려간다. 그렇게 차를 타고 한참을 달려 영종도에 있는 B 형님의 집 앞에 떨궈 주시면, 3층 주택인 B 형님의 집 중 가족 분들이 주무시고 있는 1층을 피해 조용히, 살금살금 2층으로 기어 올라가 집에 남아있는 아무 술이나 마저 다 까먹고 기절한다. 그러곤 다음날 오후 1시 즈음에 느지막하게 일어나서 같이 택시를 타고 출근 하는게 일주일 중 4-5일의 일상이였다. -늦게 출근하는 사유는 항상 외근이었다. 회사에서도 알고 있지만 회사와 B 형님 간의 이해관계가 있다 보니 그런 부분은 다 모르쇠 하는 분위기였다-


분명히 직속 상사와 단둘이 하는 자리였는데, 전혀 이런 분위기는 아니였다. 그냥 재미있어서 같이 술먹었다.


 그렇게 3개월 정도를 지내니 거진 의형제가 될 수밖에 없었고, 모종의 사유로 B 형님이 이른 퇴사를 하시고 나서도 꾸준히 B 형님의 집으로 가서, 혹은 B 형님의 사업장이 있는 강남으로 가서 얼레벌레 과음 파티를 즐겼다.


 과음 파티를 하면 항상 대화 주제는 비슷했는데, 이를테면 '사업을 같이 해보자' 라던지,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라던지. 항상 미래 지향적이고 자기 계발적인 대화를 많이 나누었었다. 하지만 나는 그때 당시만 해도 회사원 신분이었고, 당장 사업을 하기에는 너무 부족하다고 느껴 그런 류의 대화가 있을 때마다 현실에 환멸을 느끼면서도 충분히 발전하지 못한 나 자신을 탓하고는 했었다.


 그러던 와중 B 형님께서 백수 생활을 하는 내 처사를 눈여겨보시다가, '이제는 때가 되었다' 싶어서 진지하게 사업 제안을 주신 것이었다.


 마침 뭘 해야 할지 이제 막 고민을 시작하던 와중에 사업 제안이라니. 게다가 상황도 맞다니! - 난 참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



3. 사업자 생활의 시작


제안 받은 사업의 내용은 이러했다.



- 해외 여행 간 특정 놀이동산에 방문하는, 해당 여행지에 방문하는 사람에게는 사실상 필수라고 할만한 코스가 있다.

- 해당 놀이동산에 방문하면 필수적으로 사야만 하는 악세사리들이 몇가지 있는데, 해당 악세사리를 구매하면 가격이 비쌀 뿐더러 한국인들은 도로 한국에 가져 와서 쓸데가 없기 때문에 말짱 도루묵이다.

- 해당 악세사리들을 재고 확보를 하여 한국에서 대여, 한국에서 반납하는 렌탈 서비스를 해보자.


- 결론은, 놀이동산 물품 대여 서비스를 해보자!


상당히 신박한 사업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놀이동산 물품 대여 서비스라니!


 회사 생활을 공유 서비스 업계에서만 지내왔던 나로써는 그간 쌓아온 실력을 일발 활용 할 수 있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였으며, 사업성 자체도 나쁘지 않았다고 판단한 나는 제안을 받은지 1주일도 안되어 간단하게 제안을 수락하였다. 딱히 사업을 위해 크게 마음먹은 것도 없었다. 음, 말 그대로 '그냥' 시작했다고 할 수 있겠다. 10년간 다시 출사표 띄울 날을 기다리며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그렇게 약 두달 간 B 형님과 기본적인 비즈니스 모델 및 환경을 구축하고, 재고 확보를 위해 해당 놀이동산에 직접 방문하여 악세사리들을 구매하고 / 한국에서도 중고품들을 매입하는 등 기본적인 준비를 마친 후, 11월에 사업을 정식으로 런칭 할 수 있었다. 드디어 나도 내 사업을 10년 만에 다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업 첫 한달간은 실적이 매우 부진했다. 홍보가 안되었기도 했고, 대여 시스템을 처음으로 구축 하다보니 여러 컴플레인 사항들이 있어 해당 부분들을 보완하느라 많은 시간을 쏟았다. 첫 한달은 그렇게 흘려보내듯 지냈고, 12월달 부터는 다행히 입소문을 타고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시어 사업이 성황이레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얼마 전애는 스마트스토어 파워 등급도 달성했다. 근 3개월 만에!



 -길지는 않지만- 지금까지 약 세달 간 사업을 하면서 느낀 점을 딱 한 단어로 요약하자면, '행복하다' 라고 할 수 있겠다. 회사에서 대부분 맡았던 직책이 '신사업기획' 인지라 그간 많은 사업들을 직접 손보며 만들어 왔지만, 사실 그런 것들은 내가 만들어 낸 회사의 작품일 뿐. 한번도 창작의 기쁨을 순수히 느껴본 적은 없었다.


 그러다가 정말 내 것, 내 새끼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만들며, 부족한 것이 있으면 하나하나 보완 해가며, 보완 할때마다 나아지는 모습을 보며 느껴지는 이 감정을 어찌 말로 표현 하겠는가! 감히 묘사하자면 -낳아본 적은 없지만- 아이를 낳고 하루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드는 감정과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아직 사업자 생활이 길지는 않아 적을 내용이 많지는 않지만 - 사업이 지금보다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더 행복한 사업자 생활을 할 수 있기를 바라며 작년 기억 끄집어내기를 마무리 짓는다.


 음. 그렇다면 - 지금 까지는 이렇게 살아 왔는데,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소정의 목적을 달성 할 수 있을 것인가.



 

4. 나는 어떻게 살 것인가?

작년, 미야자키 하야오가 우리에게 물었다.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왜 물어봤는지 궁금해서 그의 마지막 작품을 보러 잘 가지도 않는 영화관에 다녀왔다.


 내용은 난잡하여 이해하기 어려웠지만서도 -같이 영화를 본 Y는 다 보고 나서 오열을 했다. 그의 일생을 영화에 대입해보니 감정이 북돋았다나 뭐라나. 정말 이해 할 수 없었다- 미야자키 하야오는 마치 '나는 이렇게 살아왔다. 너희는 어떻게 살 것이냐?'라고 묻는 것만 같았고, 그가 던진 한 문장의 영화 제목이자 질문은 많은 이가 그랬듯 나의 가슴에도 깊이 박혀 계속 되울렸다.


 한참을 고민하고 그의 질문에 대답 해보았다.


 저는 '그냥' 이렇게 계속 살아보겠습니다

지금처럼 흘러가듯이, 삶의 물결에 내 몸을 순전히 맡기며, 슬프면 슬픈대로, 좋으면 좋은대로 계속 이렇게 살겠습니다, 라고.



 위에 언급 했지만,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는 상당히 난잡한 영화다. 이 장면에서 왜 이런 요소가 나오는지, 저 장면에서 왜 그렇게 말하는지 이해 할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마치 치매 걸린 노인네의 머릿속을 그림으로 그려 놓으면 딱 이것과 같을 것 같다고나 해야하나. 그래서 장면 하나하나를 이해하면서 보려고 하면 머릿속에 버퍼링이 걸린다. 영화의 흐름을 놓치게 된다. 나도 그랬고.


 한참을 혼란 속에서 영화를 보고 있던 와중, 어느 순간부터 '이것이 미야자키 하야오의 자전이라면, 내가 어찌 그의 삶 하나하나를 다 이해하며 관람 할 수 있겠는가?' 라는 생각이 들며 모든 장면을 흘러가듯이, 여기서 이런 장면이 나오는 것은 '그냥'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영화를 본 직후로소부터 영화를 즐길 수 있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번 영화를 만들며 의도한 것도 이것이 아니였을까 싶기도 하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흘러가는 대로 '그냥' 살아보라고. 모든 요소 하나하나에 의미를 두지 말고 '그냥' 지나치듯 지내보라고.  


 암만 회사 생활이 힘들어도, 긴 백수 생활로 인한 앞길이 잘 보이지 않아도, 사업이 잘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도 그냥 했고 - 퇴사도, 백수 생활도, 사업 시작도 그냥 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 안죽었다. 심지어 현재 깨나 행복하기까지 하다. 


 고로, 아직까지는 이렇게 살아도 될 것 같아서 올해 역시 이렇게 살아보려고 한다. '그냥'. 원래도 그렇게 살아왔는데, 마침 미야자키 하야오가 그렇게 살아도 된다고 그런 것만 같다.




 나는 18살, 고등학교 2학년 때 첫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누가 봐도 분명할 정도로 사업을 말아먹었다.


 그렇게 어느덧 10년이란 세월이 지났고, 어쩌다 보니 두번째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과연 '그냥' 이렇게 살다 보면, 나는 지금까지 누적해온 달란트들을 토대로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혹은 한번 더 사업을 말아 먹으며 목적지 잃은 철새마냥 한참을 방황하게 될 것인가?


 음, 모르겠다. 모를 수 밖에 없지. 그래도.


-그래도 사업은 잘 되어야 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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