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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Nov 21. 2022

6살 차이 나는 형제, 따로 또 같이 공부법


학교에서 30명 남짓의 학생들을 가르치다보면 실력차가 천차만별인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중학교 영어와 수학은 이미 학업능력 차이가 많이 벌어져있어서 한 공간에서 가르칠 때 능력 차이를 고려할 필요가 있죠.


학업능력 차이, 학교에선 이렇게 가르칩니다


몇년 전에는 학교에서 영어과 수준별 반편성으로 두 개 반을 성적순으로 상, 중, 하 이렇게 세 개, 또는 상 중 중 하 이렇게 나누어 수업한 적이 있었습니다. 이 경우 상반 학생들은 우월감, 상승효과로 인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는 달랐습니다. 하반 같은 경우 긍정적인 모델링을 주는 친구들이 없어서 수업 분위기가 좋지 않고, 그렇다보니 수업 효과도 떨어졌던 것이죠. 이로 인해 몇년간 수준별 수업이 유행하다가 원래대로 돌아간 학교도 많았습니다. 수업 안에서 모둠 내에서 협동학습으로 수업하기도 하고, 교사가 학생들의 편차를 고려해 심화, 보충 자료를 제공하고 지도하기도 합니다. 




2살, 8살 무려 6살 차이나는 형제, 집에선 이렇게 가르칩니다


다시 저희 집으로 돌아와보겠습니다. 


2살 남자 어린이와 8살 남자 어린이가 있습니다. 2살 남자 어린이는 이제 '엄마, 까까' 이렇게 두 단어씩 발화를 시작한 반면, 8살 남자 어린이는 한글 쓰기를 떼는 단계에 있지만, 모든 방면에서 의사소통 뿐 아니라 감정적 소통도 다 가능합니다. 


8살 형아바라기 2살 동생

8살 초코는 이제 학교에서 배우는 학습량이 점점 많아지고, 교과 관련해서 별도의 사교육을 시키고 있지 않으므로 집에서 홈스쿨로 공부를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첫째 둘째가 모두 하원하고 씻은 후 먹고 나면 바로 잘 시간이 되는데, 자유 시간이 한 두 시간 겨우 나오는 정도라 첫째 공부를 어떻게 봐줘야 할지 감이 오지 않더라구요. 

도서관엘 가면 책을 다 꺼내고, 까꿍놀이를 하는 둘째

그래서 저는 나름의 방식을 찾았습니다. 거의 6개월동안 이것 저것 방법을 써보다가, 둘째가 이제 말이 통하기 시작하고 성장의 속도가 빨라지니 훨씬 편해지는 시기가 왔습니다. 그래서 첫째 아이 학습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줄었습니다. 아빠가 출장간 저녁에는 혼자 둘을 봐야 합니다. 그런 날에도 첫째의 받아쓰기 공부와 책 읽어주기, 수학 문제집까지 풀리는 데 성공하면 매우 뿌듯해하곤 합니다.


터울 광활한 아이들 집공부 지도법 3가지

그럼 나이 터울이 큰 어린이들을 집에서 어떻게 지도할 수 있는지 3가지 방법으로 정리해보겠습니다. 


1. 각자의 영역을 존중한다.

사람들 속에 둘러싸여 있는 것이 큰 재미와 충족감을 줌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혼자 있는 시간은 필요합니다. 혼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찾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도 정말 행복하지만, 남편도 친구도 없이 혼자 커피를 마시면서 하고 싶은 공부를 하는 시간도 너무 소중하더라구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각자의 공간과 영역이 필요하죠. 자발적이지 않은, 함께 놀기를 강요하는 것도 아이들에게 스트레스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에는 관심 영역 자체가 다르니까요. 2살 남자 어린이는 바퀴 달린 자동차를 좋아하는데, 8살 형은 이미 타요, 미니특공대, 스파이더맨을 거쳐 이제는 포켓몬에 이르렀답니다. 이럴 경우에는 각자 좋아하는 놀이감을 주고, 각자의 공간에서 원하는 놀이를 하게 해주는 것도 좋더라구요. 

형아를 기다리는, 아직은 미니특공대가 먼 길인 둘째

2. 충분한 사랑을 주고,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자기계발서계의 킹 오브 더 킹이라 할 수 있는 명저,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에 보면 인간관계의 가장 중요한 원칙이 나옵니다. "인간은 누구나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는 대목입니다. 동생은 처음부터 본인의 영역이 없었던 자리에 비집고 들어오는 것이기에 자기 자리를 만들기 위해 본능적인 애교가 폭발합니다. 반면 형은 자신의 자리를 동생이 침범한다는 프레임에서 생각하게 되기 쉽습니다. 그래서 본인은 좋아서 그런다지만, 겉에서 보기에는 동생을 괴롭히는 것처럼 보이고, 혼이 나고 이런 악순환이 생기면 형에게도 욕구 불만이 생기게 되죠. 


나이 차이가 1살이 나든 10살이 나든, 나이 차이에 관계없이 형제가 생긴다는 것은 축복인 동시에 갈등의 씨앗이 되기도 합니다. 이를 잘 중재하는 부모의 역할이 빛나는 순간이죠. 저희 집의 경우 8살 형이 2살 동생을 참 귀여워하고 예뻐해줍니다. 그럼에도 가끔씩 질투가 스물스물 올라오는 경우가 있는데요. 갈등의 순간마다 첫째를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표현을 충분히 해주니 여전히 아기 아기한 모습으로 돌아오더라구요. 둘째를 돌봐야 하는 순간에 양해를 구하고, 동시에 첫째에게도 대안을 제시하니까 첫째도 화가 난 마음이 눈녹듯이 해소되는 모습을 많이 보았습니다. 

둘째에게는 안전하다는 확신을 주고, 첫째에게는 충분한 사랑으로 덮어주는 여유가 둘의 관계, 부모와의 관계, 학습 지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침에 첫째가 등교하게 되면 둘째에게 책도 읽어주고 놀아도 주고요. 오후에 둘째가 어린이집에 간 시간에는 학교 수업을 마친 첫째와 동네 산책, 도서관, 문구점 데이트를 하기도 합니다.

도서관 데이트, 어느 따스한 가을날

공부 이전에 가정에서 부모와 긍정적인 관계 맺기가 기본이 되어 있어야, 그 토대 위에 어떤 것도 올릴 수 있어요. 가르치려다 좌절한 수많은 시간 앞에 깨달은 것입니다. 사랑은 그 모든 것을 초월하고, 모든 시작의 기본입니다. 부모가 자녀교육을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쉽고도 근원적인 실천은 사랑입니다.


3. 포커스를 기울일 수 있는 영역을 정해서 선택 집중한다.


광활한 나이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습은 지속되어야 합니다. 학원에 보내더라도 집에서 체크를 해줘야 하고, 집에서 공부한다면 엄마의 역할은 더 막중하죠. 


잔소리를 최소화하고,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아이가 스스로 오도록 합니다. 만약에 오지 않는다면 최후통첩을 하고 강제 집행에 들어갑니다. 이 때 윽박지르기와 잔소리 세례는 역효과를 가져오더라구요. 장난기와 개그를 가미하면 남자 아이들은 곧잘 따라옵니다. 

첫째가 책/숙제 등 엄마와 뭘 좀 해보려고 하면, 둘째가 깽판을 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 때 아빠나 할머니/할아버지 등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른 한명당 아이 한명을 보면 가장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 집에는 남편이 일로 인해 자주 부재중이라, 늘 엄마가 케어/학습이 메인이라는 관점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둘째가 돌 미만일 때는 아기가 잠이 오거나, 배가 고픈 경우, 보채는 경우 먼저 욕구를 해소해줘야 했기에 첫째는 영어 영상보기, 탭으로 학습하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둘째가 만 1세 중반을 지나니, 약간의 여유가 생겼고, 더 이상은 첫째 학습을 접을 수 없기에 집공부 프로젝트를 서서히 해보고 있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지려다 아무 것도 제대로 안되겠다는 생각에 저는 꼭 해야 할 것을 정해 집중을 하기로 했습니다. 꼭 해야 하는 과제에 선택과 집중을 해보니, 엄마의 스트레스는 줄고 아이들도 편해지더라구요. 엄마표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영어 영상보기는 만2세 미만인 동생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첫째가 영상을 보는 동안 둘째는 미리 잠을 재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늦게 잠에 드는 날도 있어서 그동안 첫째가 영상을 오래 보는 날이 있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은 둘의 학습/수면을 같은 시간으로 맞췄습니다. 첫째가 학습하는동안 둘째는 옆에서 보드북을 봅니다. 학습시간이 길어지면 첫째도 집중하기 어렵기에 짧은 과제를 여러번 시도하고 있습니다. 엄마가 설거지를 하거나 집 정리를 잠깐 하는동안 영상을 같이 봅니다(하루 20분 내외) 이 때 동생이 형아가 보는 다소 폭력적인(2세가 보기엔 무서울 수 있는 악당, 로봇 등) 영상물을 지양하고, 동생에게 맞춰서 보는 조건으로 형아에게 영어 영상을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동생에게 맞는 꼬마버스 타요, 슈퍼윙즈, 보스베이비 등의 영상을 함께 시청하고 있습니다. 

터울 차이가 많이 나는 경우, 같이 놀기도 어려운데 공부를 동시에 시키는 것 정말 어려운 과제더라구요. 저 또한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 좌절과 고통 속에 행복과 기쁨을 맛보는 하루를 살고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쌓은 기록이 내일의 이정표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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