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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Nov 26. 2022

여행 궁금신, 가까마까가 찾아온다면?


스페인 여행 이틀 전, 불과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이 여행을 가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했다.

아이가 있는 집의 여행은 다음의 의미가 있다.  

    학기 중 아이의 학교 수업과 학원을 빠뜨린다는 것을 의미(학습결손/보강까지)  

    24시간 아이들을 풀케어 해야함을 의미  

    서로 각자의 일을 내려놓고 가족들 얼굴만 봐야 한다는 것을 의미  


그래서 더욱 쉽사리 내려놓을 수 없는 것이 일상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여행을 떠나는 것은 3번 이유가 아주 강력하기 때문이다. 그간 일상을 살아가느라 잊혀진 서로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얼굴 점의 갯수를 세아려본다. 같은 이정표를 향해 같이 걸어감을 스스로 선택하는 일, 그것이 여행이다.

이번 여행기간에는 각자의 삶에서 바쁜 일들이 있기에, 이를 제쳐두고 가야 한다. 게다가 컨디션도 좋지 않다. 검사해보니 코로나는 아니었지만, 약간의 비염 + 감기가 있는 상황이다.

가지 않을까 고민했다. 안가면 아이들은 교육기관에 아주 잘 있을 것이고, 우리도 여유롭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 고민을 하다가 길을 건넜다. 신호등 건너편에 하나투어 여행회사가 보인다. 몇년동안 불꺼져 있어서 존재를 몰랐던 여행회사에는 복귀한 직원들이 빈 데스크를 가득 채웠다. 하나투어 사무실 밖에 씌여진 문구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인생은 여행을 떠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행복 #설레임 #다른어디에도없는"

"다리 떨림이 아닌 가슴이 떨릴 때 떠나자"


그렇다. 여행은 내 안의 떨림과 울림을 찾는 작업이다. 나는 남편을 설득했다. 7박 9일 스페인 여행을 함께할 렌트카를 고르고(남편 취향으로), 감성 자극하는 에어비앤비 숙소를 찾아 인터넷의 바다에 빠진다. 막연하게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는 세계의 에어비앤비 숙소를 구경하면 참 설렌다. 하지만 여행에 임박해올수록 스트레스가 어깨에 돌처럼 무겁게 놓여진다. 에어비앤비는 본인의 집을 공유하는 서비스인만큼 보장 대신 리스크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 가장 설레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일상이 머리 끝자락을 잡아당길 때 우리는 고민한다. "가지 말까?, 안가면 모두 편하겠지? 다시 돌아오면 분명 이렇게 말할꺼잖아. 집이 최고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떠난다. 마음 속에 역마를 품고 사는 가족이니까, 물건 사는건 반대해도 여행은 언제나 찬성이다. 초1 첫째는 국제선 비행기에서 먹고 만화보고 무한반복하는 시간을 참 좋아한다. 이번에도 친구를 못만나는데, 괜찮겠냐고 물어보니, 만화 생각이 나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표정이다. 14시간 뉴욕행에서도 잠 한번 자지 않고 꿋꿋하게 만화보더니, 정확히 14시간으로 같은 스페인 비행에서는 어떨지 아들의 만화라이프가 궁금해진다.


2살 아들은 고삐를 단단히 매야 한다. 차라리 못걸을 때가 여행하기에 편했다. 요즘은 자아가 강력하게 자리잡아 스스로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음보다 몸부터 내던지고 보는 2살 남아의 안전을 잘 지켜야 한다.


계획, 까이꺼 있어도 없어도 그만이다. 좋으면 다시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준비하면, 설령 인생에 한번 있을 방문일지언정 마음이 훨씬 가벼워진다. 계획이 흐트러지는 것이 자유여행의 매력 아니던가. 무계획은 어디에서 뭘 하든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결론적으로 성공일 수 밖에 없다. 마치 공부 참 못하는 사람이 시험 문제 몇개만 맞아도 엄청 잘했다고 칭찬 받는 것과 같은 원리다. 준비 안했기에 결과에 대한 기대가 없으니까, 즉흥적으로 하고 싶은걸 하면 되니까 준비없는 여행은 참 매력적이다. 여행 계획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먼저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시작하자. 방문하는 곳이 아이와 가기 안전한지, 안전을 지키기 위해 미리 가져가야 할 준비물이 있는지 챙겨보자. 스페인에는 소매치기가 기승이라는 평이 많다. 소매치기 당하지 않고, 아이 손 꽉 붙들고 다니려면 소매치기의 수법, 예방법을 미리 준비해보자.  


비행기 탑승 48시간 전, 이제 초읽기에 들어갔다. 더 이상 마음을 돌리지 못하도록 항공권을 픽스하고, 렌터카까지 예약 완료했다. 렌터카 예약을 한 결정적인 이유는 구체적으로 어디에 갈지 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에서 발통 닿는대로 가보고 싶어서이다. 이제는 넌리펀더블의 첫 관문 호텔을 예약해야 하는 단계이다.

가까마까의 물음표가 가기로했다의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글을 하나 작성하고 다음 단계를 계속해볼 예정이다.

전세계 많은 나라를 다녀봤지만, 한번도 가본 적이 없던 나라 스페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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