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 예비 아들맘에게 아둘맘이 전하는 꿀팁
아이들이 열광하는 포켓몬스터에는 이런 용어가 있다.
'메가진화'
캐릭터가 자랄수록 생김새, 크기, 이름까지 변한다. 아기 때 모습과 중간 과정, 다 자랐을 때 모습을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메가진화한다. 어제 걷지 못하던 아이가 오늘 갑자기 걷고, 어제는 한 단어로 말했다면 오늘은 두 단어로 대화를 시도한다.
2살, 8살 남자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가끔은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아이를 키우는게 아니라, 아이들이 나를 키우고 있구나. 아이의 몸과 마음은 쑥쑥 자란다. 부모의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성숙해진다. 육아의 산물이요. 선물이다. 요리 튀고 조리 튀는 남자 아이, 여자로 태어난 엄마는 혀를 내두르는 순간이 하루에도 수백번 찾아온다. 가만 앉아있지 못하고 뛰어다닌다. 정제되지 않은 말들이 훅훅 튀어나온다.
어떤 날은 착한 강아지처럼 품 안에 쏙 들어온다. 이제 좀 너를 알아간다 싶으면 사나운 맹수처럼 으르렁거린다. 아들과의 대화법을 공부하면서, 남자의 세계를 더 이해하게 되었다. 데이트 때는 나에게 모든걸 맞춰주던 남편도 점차 남자의 본성을 드러낸다. 아들은 통제하려 할수록 벗어나려한다.
그래도 남자에게도 장점은 있다. 그들은 정신은 참 미니멀 그 자체다. 미니멀한 그들의 멘탈을 밖에서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나에게도 미니멀 라이프가 드디어 올 것 같은 기대감이 든다. 기쁨과 슬픔은 동전의 앞 뒤와 같다. 화를 내는 남자어린이에게 시선을 분산시키면, 1초 만에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을 희한한 광경을 볼 수 있다. 남자에겐 복잡미묘는 다른 세상에 존재하는 말이다. 뒤탈 없이 단순해서 좋다. 칭찬 하나면 저기 큰 산도 손가락으로 들어올릴 수 있을만큼 기분이 하늘로 떠오른다.
오 마이 남자여. 아들 키우기, 몇년간의 수련을 거치다보니 진작에 알았으면 좋았을 대화의 도구를 체득하게 되었다. 아직도 한참 멀었다. 남자와 여자가 얼마나 다르기에, 오죽하면 서로 다른 행성에서 왔다고 할까. 다른 언어의 사람이 소통하려면 통역가가 필요하다. 아들의 언어를 이해하려면 엄마는 남자의 세계에 깊게 파고 들어야 한다. 아쉽게도 책을 통해서는 되지 않았다. 육아서 한권 읽지 않은 남편이 육아서 수백권 읽은 나보다 능숙해지는 광경에서는 내 자신을 지구 밑바닥까지 내동댕이치는 한숨이 나왔다. 이렇게 부딪히고 저렇게 부딪히면서 동글 동글해지는 조약돌은 오히려 세상 살기 편하다. 집이라는 공간 안에 큰 돌 세개를 넣는다. 돌 하나에 아들 하나, 돌 하나에 아들 둘, 돌 하나에 남편. 그리고 엄마인 나는 어디에나 맞춰질 수 있도록 작은 모래가 되어본다. 남자 세 명과 한 집에 살아가면서 통제보다는 '통'하는 방법을 배운다는 것,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만큼 겪어보지 못한 세계다. 원석처럼 존재했던 나는 어떤 날엔 다이아몬드가 된다. 불덩이의 나는 세 명의 대장장이를 만나 제련되고, 세상 두려움 무섭지 않은 단검이 되기도 한다.
서당개도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 나는 사람이니까 개보다 진화한 존재 아닌가. 한 남자와 10년, 아기 남자들과 몇년 살아보니 나름의 법칙을 알게 된다.
카네기 인간관계론의 핵심 비결을 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비단 남자와의 대화법 뿐만이 아니라, 이 방법대로 하면 인간관계도 좋아진다고 하니, 어찌 배우지 않을 필요가 있을까. 결혼 10년 후 내가 깨달은 남자에 대한 사실 3가지를 정리해본다. 데일카네기 인간관계론(데일카네기, 리베르 출판사)에서 맥락을 같이 하는 부분을 발췌해 함께 실었다.
1. 모든 사람은 인정 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인정 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자.
[미국 역사상 가장 심오한 철학자 중 한 사람인 존 듀이 박사는 인간 본성에 존재하는 가장 깊은 충동은 '인정 받고 싶은 인물이 되고자 하는 욕망' 이라고 말했다. 사람을 움직이려면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P.39.
2. 잔소리 대신 행동을, 논쟁 대신 대화를 하라. 남자들은 잔소리(가르치는 말투)를 정말 싫어한다. 나의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잔소리가 심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논리적으로 말한다고 생각했으나, 충격적이게도 남자들 입장에서는 잔소리에 불과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명령을 하는 습관이 있다는 것도, 들어주기보다는 내 말을 먼저 하는 나의 성향을 마주했다. 이제는 우리집 남자들의 말을 마음 열고 먼저 들어주기로 했다. 잔소리 대신 꼭 필요한 순간에 실행하도록 얼굴을 마주보며 이야기하고, 손을 잡고 목적지로 데려간다.
[벤저민 프랭클린은 늘 이렇게 얘기했다. 논쟁하고 괴롭히고 반박하다보면 승리할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승리는 공허한 승리다. 그렇게 해서는 결코 상대방의 호의를 끌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P. 209
[가르치지 않는 듯이 가르치라. 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어라. 그러나 내가 더 현명하다고 상대에게 말하지 말아라
3. 마지막은 가족을 성장으로 이끄는 엄마의 핵심 KICK이다. 물질적, 외적 보상보다는 마음의 불씨, 즉 내재적 욕구를 지펴주어라. 오늘 보인 새로운 노력에 대해 진심으로 칭찬하라. 그리고 따뜻한 미소로 웃어주고, 사랑해주자.
[반감이나 반발을 사지 않으면서도 사람을 변화시키고자 한다면 다음 방법과 같이 해보라! 감사의 말로 시작하라. 아주 조금의 진전이라도 칭찬하라. 상대가 지키고 싶은 좋은 평판을 주어라. 격려하라. 상대가 하기 바라는 것은 하기 쉬운 것으로 보이게 하라. 내가 제안하는 것은 상대가 기꺼이 하게 만들어라.
매일 메가진화하는 아들 둘, 새로운 방식으로 본성을 드러내며 메가진화하는 남편, 그 속에서 홀로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우면서도 참 복된 일이다. 그들과의 대처방법에서 미성숙함과 성숙함의 모래시계를 순간 순간 바꿔드는 일상.
매일 새로운 너를 발견하는 재미라면, 그래. 오늘 하루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