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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May 17. 2023

집공부시키다가 화날 때 읽는 글

뭔가를 잘 배우려면 조건이 필요하다. 


            배움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낄 것          

            적절한 멘토를 만나 칭찬과 격려 속에 수없는 시행착오를 반복할 것          

            그릿(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몰입할 것          


나는 오늘 두가지의 새로운 경험을 했다. 

            아침 필라테스 레슨          

            골프 레슨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이어트보다는 기초체력을 키워야 할 필요, 남편과 함께 취향을 공유하는 스포츠 스킬을 키워야 할 필요를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아무리 바쁘더라도 운동은 빼먹지 않겠다는 결심을 했다. 


전혀 모르는 새로운 분야에서 아기새처럼 스킬을 배우고난 하루, 저녁이 되었다. 평상시와는 다르게 피로가 주체할 수 없이 몰려오고, 집안일, 요리, 육아, 할일이 한번에 겹쳐 바빠지니 불평불만을 아이와 남편에게 토로하고 있었다. 


순간 깨달은게 있다. 


뭔가를 배운다는 것은 엄청나게 고된 것이구나.
이렇게 매일 새로운걸 배우고 있는 아이들이 참 존경스럽다


요즘 아이들은 참 바쁘다. 고도압축성장과 학력시대의 부산물, 사교육의 맛을 본 우리 세대는 사교육을 분별력있게 취사선택하기가 사실은 쉽지 않은 세대이다. 그런 세대의 자식으로 학군지에 학령기를 사는 아이들의 인생은 참 고되다. 


9살 첫째 아들의 일과는 이렇다. 


7시에 기상하여 학교등교,  자기가 선택한 방과후수업(요일별로 일주일에 3번 있음)
바이올린, 피아노, 줄넘기, 축구, 미술

좀 빼보자고 해도 모두 자기가 좋아해서 계속 하고 있는 음미체 예체능이다. 어떤 날은 레슨을 마치고 집에 오면 저녁 9시가 되기도 한다. 


오늘도 저녁에 바이올린 레슨이 예정되어 있었다. 학교 숙제도 있고 해서 너무 피곤할 것 같아 집에서 쉬면 어떨까 제안했지만, 아들은 기꺼이 숙제를 다 끝내놓고 저녁 먹고 학원을 가겠다고 한다. 씻고나니 9시 30분, 바로 자러 가자고 했더니, 수학 학습지를 하고 자겠다고 했다. 4페이지를 열심히 풀고는 함박웃음 지으면서 좋아하는 영어 유튜브 영상을 20분 신나게 본다. 



초등 저학년의 체력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지속되는 수많은 배움의 연속은 정신 뿐만 아니라, 육체를 참 피곤하게 만들 수 있겠다는걸 새삼 깨닫는다.


운동만 하더라도 강사에 따라 수업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진다. 어떤 선생님은 이해하지 못했냐고 수강생을 책망하기도 하고, 어떤 선생님은 칭찬과 격려를 베풀기도 한다. 나이 40이 다 되어가는 나도 칭찬에는 고래처럼 춤췄다. 칭찬을 받으면 더 잘하려고 노력하게 되고, 질타를 받으면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는데 몰라준다 싶어 힘이 빠지기도 한다. 


우리 아들도 마찬가지였겠구나 공감해보게 되는 대목이었다. "엄마에게 지적 받는 날은 유달리 짜증이 치밀어오르고, 칭찬 받는 날은 이유없이 기분이 좋아 더 잘하고 싶었겠구나." 



가끔씩 네가 짜증을 냈던 날은
새로운 배움에 쉴새없던 날들이었겠구나


좋은 선생님이 된다는 것은 뭔가를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모르는 마음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엄마와 집공부를 함께한다는 것은 그래서 더 어렵다. 자식이기 때문에 모르는 마음을 공감하기보다 책망이 앞선다. 엄마가 새로운 배움을 일상에서 작게나마 실천해본다면 자녀교육에서도 큰 나비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엄마도 한때 한글 배울 때 한참이 걸렸고,
알파벳 읽느라 진땀을 뺐다는 사실을 엄마는 잊는다.
그리고 하루 종일 바쁜 배움으로 힘들었을 아이를 
엄마의 걸음에 맞춰 걸으라고 재촉한다.



뭔가를 새로 배운다는게 얼마나 큰 에너지가 드는 일인지,

한번 몰입하고나면 그 다음 집중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선생님의 작은 격려가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 일인지

또는 선생님의 책망이 얼마나 기운 빠지게 하는 일인지


엄마가 뭐든 직접 배워봐야 안다.


배운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큰 축복이다. 아이의 걸음 속도에 맞춰서, 아이가 원하는 것을, 기쁜 마음으로 배우도록 격려하는 엄마가 되어보자.


잠들기 전 아이에게 칭찬을 담뿍담뿍 해주자.

"이렇게 바쁜 하루를 살면서 엄마에게 힘들다고 이야기도 안하고, 묵묵하게 재밌게 열심히 배워줘서 참 고맙다."

아이는 목표만큼 공부 못하고 잠드는데 그래도 괜찮냐고 물어본다. 

무작정 칭찬을 해주더라도, 사실 아이가 더 잘 안다. 자기가 한 것과 하지 않은 일들을.

그러면서 내일 더 잘해야지 결심할 것이다.

하지 못한 것보다, 열심히 한 자신을 칭찬해주고 내일 또 부족한건 채울 수 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주자.


간만에 새로운 학습을 한 엄마가 반성 일기를 써보는 새벽 2시,

아이의 어깨를 다독여주며 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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