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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러닝뽀유 May 16. 2023

형제 나이 6살 차이, 이렇게 놉니다


다음은 출장이 잦은 남편을 대신해 10밤 중 5밤 정도 아이 홀로 키우는 엄마, 그녀가 바라보는 3살과 9살 형제의 이야기이다.





6살 터울의 형제가 어떻게 같이 놀지 그림이 나는 너무 궁금했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6살 차이나도 같은 듯, 다른 듯 둘은 남자라는 공통분모가 있기에 나이차이를 무마하며 잘 논다. 내가 둘째를 임신했을 때 첫째는 동생이 남자아기였으면 좋겠다고 일관적으로 자신의 소원을 말했다. 20주차에 정말 남자라는 것을 알았을 때, 첫째가 좋아해주었기에 그것만으로 너무 행복했다. 3세, 9세 신기한 나이차이로 만난 오묘한 형제의 캐미가 육아에 지친 나를 많이 웃게 한다. 형제가 이렇게 사랑스러운줄 미처 몰랐었다.


동생은 겨드랑이에 땀나도록 형아를 따라다닌다. 먹는 데 별로 취미가 없던 형아는 전투적으로 먹는 동생을 보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먹는 행동 그 자체에' 욕심을 가져본다. 9살 형은 3살 동생에게 엄마의 시간, 공간, 눈빛 등 많은 것을 양보한다. 그러면서도 3살 남아의 무조건적인 애교는 6세 형의 질투를 눈녹듯 녹인다.



9살 형아는 이제 초등학교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다. 학교, 학원 한바퀴 돌고온 형아의 가장 중요한 루틴은 동생의 위치 파악이다. 마찬가지로 3살 동생도 어린이집 다녀오기가 무섭게 형의 동태를 집요하게 묻는다.

3살 동생은 끊임없이 먹이를 흘리고 다니고, 엄마는 따라다니며 집안 구석구석을 닦는다. 평일 저녁 한 몸으로 두마리 아들 챙겨보겠다고 부랴부랴 시간을 잡으러 다닌다. 9살 형아는 이제 슬슬 공부를 해야 하는 나이다. 3살 동생은 이제 부쩍 걸음에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 자기 몸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 온 몸에 힘을 주고 뛰어다니지만, 적어도 넘어지진 않겠다는 믿음이 있는 눈치다. 자기가 뛰는걸 보고 남들이 왜 웃는지 아가는 분명 모를 것이다. 9살 형아는 이제 많이 걸어도 엄마에게 투정을 부리지 않는다. 유모차에 킥보드를 붙여놓고, 힘들 때마다 킥보드를 타야 했지만 이제는 걸음에 지구력이 생겼다.

형아와 동생이 한 공간에서 공부를 하고 같이 놀기에는 시너지가 아닌 시한폭탄이 될 거 같았다. 헤집고 다니는 동생 옆에서 공부 마음을 먹기는 하늘의 별 따기라는걸 나는 알고 있다. 그래서 동생을 먼저 재우고, 형아 공부를 봐주는 데 집중하고자 했다. 하지만 동생을 재우다가 나의 정신은 안드로메다에 자주 빠져들었다. 엄마를 기다리는 형아가 사실은 동생보다 일과가 더 피곤해서 함께 곯아떨어지는 날이 부지기수였다. 늦은 밤까지 3세의 에너지는 너무도 충만했고, 세포 하나하나까지 깨어나 클라이맥스로 치닫는 에너지를 0으로 수렴하기엔 아주 많은 시간이 걸렸던 것이었다.

그렇게 일상이 반복되다보니, 형아의 공부는 점점 더 뒷뜰로 밀려났다. 요즘엔 잠자기 전 형아가 충분히 독서할 시간을 주는 것을 목표로 잡고, 1시간 빨리 침실로 들어간다. 형아가 공부를 하는 동안,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한다.


찰나의 기억은 너무도 소중하다. 이런 일기가 설령 나의 생산성 향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난 괜찮다. 먼 훗날 이 날이 그리울 때 꺼내먹을 수 있는 간식 하나가 생긴 셈이니까.

광활한 독서취향 갭

오늘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떤 아주머니는 우리집 3세 남아에게 이런 덕담을 해주셨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나이다"

세상에서 제일 이쁜 나이를 지켜보는 우리 가족, 지금이 세상에서 제일 이쁜 시간이다.

새벽 1시를 향해 가는 시간, 남편은 다시 우리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 준비를 하고 있다. 혼자 맞는 생일 같았지만, 사실은 축하의 의미를 그닥 모르는 두 남자가 함께 있어서 시간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남편이 보낸 꽃다발과 함께 잠이 들면, 기운찬 내일 아침이 다시 시작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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