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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산책 Dec 07. 2020

코로나 시대의 생일 축하

불효자는 옵니다

불효자는 옵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해 추석에 부모님을 찾아뵙거나 가족끼리 모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 시기에 시골에 붙어있던 플래카드 문구를 보고 큰소리로 웃었으나 마음은 웃지 못했던 걸 기억한다.

비단 명절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이 어머니 생신이다.

언니들과 카톡으로 대화를 나누며 방법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결국 각자 편한 시간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서운하시지 않게 전화 통화를 하기로 했다.


부모님과 가까이 살고 있는 나는 일요일에 저녁거리와 케이크를 사서 방문하기로 했다. 언니들과 방문시간을 겹치지 않게 하기 위해(이게 무슨...) 시간을 카톡에 공지했다. 주변 사람 챙기기를 잘하는 둘째 언니가 토요일 오후 전화를 걸어왔다.

- 00아, 너 내일 엄마 집에 갈 거지?

- 응. 언니. 왜?

- 카카오 페이스 톡으로 언니들을 초대해서 생일 축하 노래를 함께 불러드리는 거 어때? 그럼 엄마가 덜 서운하실 것 같아.

- 오호! 알았어. 시도해볼게.

전화를 끊고 아들, 딸과 셋이서 시도해본다. 아쉽게도 3명 이상은 페이스 톡 지원이 안 된다. 실망한 나는 노트북을 열고 비장한 마음으로 화상회의 프로그램인 ‘줌’을 만지작거렸다. 신랑이 방에서 나온다.

- 00아, 뭐해?

- 여보, 줌을 해볼까 해.

- 굳이? 휴대폰 3개로 각각 페이스 톡을 연결하면 되지.

- 오호!

아들도 거든다.

- 나쁘지 않은 생각인데요.     


일요일 저녁, 부모님 집에서 상에 케이크를 올리고 새로운 방식의 생일 축하 파티를 시작했다. 내 폰으로 첫째 언니, 아들 폰으로 둘째 언니, 엄마 폰으로 셋째 언니를 페이스 톡으로 연결했다. 휴대폰 3개를 엄마 앞에 나란히 놓자 세 딸 얼굴이 휴대폰 가득 들어온다. 엄마 얼굴에 함박웃음이 피어난다.

초에 불을 붙이고 중구난방으로 들려오는 소리를 잠재운 뒤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다. 속도의 문제인지 제각각 생일 축하 노래가 들린다. 하지만 상관없다. 참여한 모든 사람이 즐거운 마음으로 부르고 있다. 엄마가 촛불을 끄시고, 언니들이 순서대로 엄마께 하고 싶은 말을 건넸다. 중간중간 손주들이 등장해 할머니께 축하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새로운 방식의 생일 축하 파티는 성공이었다. 엄마, 아빠가 그 상황을 무척 재미있어하셨으므로 그렇게 느껴졌다. 하지만 매번 이런 방식으로 진행해도 즐거울 수 있을까? 곧 다가올 성탄절과 신년, 설 등 가족과 함께 의미 있게 보내야 할 시간을 그저 화면 속 얼굴을 보는 것으로 대체할 수 있을까?


좋아하는 유튜버가 아무리 많은 영상을 올린다 해도, 구독하고 있는 유튜버가 아무리 많더라도 화면에서 얻어지는 즐거움이 사라지고 나면 내 옆에 있는 사람이 주는 따뜻한 위로에는 미치지 못함을 느낀다. 눈을 보고, 손을 잡고, 꼭 안았을 때 느껴지는 감정은 어떤 좋은 글이나 영상으로 대체할 수 없는 것 같다.     


어젯밤에 꿈을 꾸었다. 내가 코로나에 걸렸다. 나로 인해 가족들이 모두 격리되었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생각하다가 잠에서 깼다.

평소 긍정적인 생각을 하려고 하는 나도 무의식 중에 두려움을 느끼고 있나 보다. 비단 육체적 고통에 대한 두려움뿐만 아니라 격리될 수도 있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다는, 그리고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두려워한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으니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지.

마스크를 쓰고, 손을 깨끗이 씻고, 외식이나 모임을 하지 않고, 무작정 두려워하지 않고...

두려움에 위축되지 말고 그저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야겠다.


* 커버 이미지 출처: Pik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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