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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산책 Nov 30. 2020

조카야, 너는 삼성전자 주식 사라

라떼는 말이야

- 00아, 김치 담갔다. 저녁에 수육 먹으러 와라.

친정엄마가 전화하셨다. 아이들과 함께 수육을 먹고 사과를 깎으며 조카의 안부를 묻는다.

- 주말에 00이 왔다 갔어요?

내 말과 동시에 문 여는 소리가 들리고 듬직한 조카가 들어온다.

아직 식사 전인지 손에는 3분 카레를 들고 있다. 할머니 손을 빌리지 않고 직접 차려 먹으려고 했나 보다.

- 00이 양반 되긴 글렀네. 카레는 다음에 먹고, 고기 먹어.

조카 앞에 수육과 김치를 차려준다.

- 소맥 한 잔 할래?

- 네.

엄마, 아빠와 한 잔씩 마시고 아쉬워 입맛을 다시던 나는 조카에게 미끼를 던진다. 조카가 덥석 물어주니 나도 한 잔 더 마실 수 있겠다.     


요즘 삼성전자 주가가 최고가를 경신 중이다. 포트에 얼마 담아 놓지 못한 나는 ‘어...’ 소리를 내며 올라가는 꼭지를 보며 한탄한다. 매달 월급을 받으면 적금 넣듯이 사두라고 말하던 유투버의 말을 듣지 않고 ‘떨어지면 사야지’ 하다가 올라가는 주식을 보며 후회하고 있다. 장기투자를 생각하고 있으므로 올랐어도 사야 하건만 우선 당장 파란색을 보면 마음이 흔들려 그저 지켜만 본다. 갖고는 싶지만 비싸 보인다. 기업이 변한 것도 아니고 정가가 있는 것도 아닌데 선뜻 사지 못한다. 

‘부자 되기 쉽지 않네.’     


조카는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고, 연봉도 나쁘지 않다.

00아, 적금 넣을 돈 있으면 삼성전자 주식 사서 장기 투자해라. 은행 이자율이 낮으니 그게 나을 거야. 내가 네 나이라면, ~     


내 나이가 아닌 조카가 내 맘과 같을 리 없다. 착한 조카는 맞장구를 쳐주며 이야기를 듣지만 소 귀에 경 읽기 아닐까? 인생에는 나이에 맞는 과업이 있고 그 단계를 차곡차곡 밟고 올라가야 배움이 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어른들이 해주시던 많은 말들이 잔소리로 들렸던 것을 기억한다. 되짚어보면 주옥같은 말들이었을 텐데 말이다.     

가끔 젊은 날로 돌아가고 싶은지 스스로 묻곤 한다. ‘지금 아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는 전제가 있다면 모를까 결코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 시기에 나는 넘어지고 코가 깨지고, 상처 받고 아팠으니까. 하지만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부정할 수 없다.     


술이 들어가니 말도 술술 나온다. 주식에 투자하라고 확고하게 조언하며 ‘라떼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있다. 꼰대가 아닐 수 없다. 주식으로 경제적 자유를 얻은 이모가 하는 말이라면 모를까 돈을 벌어보지 못한 이모가 해주는 말은 공염불일 텐데도 술이 꼰대력을 향상시킨다.     


옆에서 듣고 계시던 70세가 넘으신 엄마가 더 관심을 보이신다. 

- 어떻게 하는지 알기만 하면 엄마가 할 텐데...     


가난하진 않지만 풍족하지 않은 우리는 자주 ‘경제적 자유’를 꿈꾼다. 한창 일한 시기인 나조차도 이미 경제적 자유를 누리면서 유튜브로 그 방법을 알려주며 더 부자가 되어가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아이들에게는 ‘근로와 성실의 중요성’을 교육시키면서 마음으로는 ‘일하지 않을 자유’를 꿈꾸는 것이 우습게 느껴질 때도 있다.  

   

나는 왜 부자가 되고 싶은 걸까? 일하지 않고 무엇을 하고 싶은 걸까? 돈으로 뭘 하고 싶은 걸까?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니 부자가 되지 못하는 건지도 모른다.(간절함이 없어서?) 그래도 이 말은 조카에게 꼭 해주고 싶다.


어쨌든, 조카야, 너는 삼성전자 주식 사두어라. 반도체가 미래의 먹거리란다.
너라도 부자가 되렴.



* 커버 이미지 출처: 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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