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드디어 만난 나의 첫사랑
운명은 우연히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다. 2021년 10월 어느 날, 평소 책을 좋아하는 나는 서점에서 늘 골라잡았던 에세이 대신 미술에 대한 책을 데려왔다. '방구석 미술관'이라는 책이다. 제목 그대로 방구석에 있던 나를 미술관으로 데려가 준 책이다. 그 책에 나온 작가들은 하나같이 모두 그림을 자신의 인생에서 제일로 사랑한 사람들이다. 삶이 풍족하고 편안했던 사람은 없었다. 바닥까지 내려가도 그림을 놓지 않은 사람들. 좋아하는 것을 끝까지 좋아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다. 미술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나를 울렸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업으로 가지지 못할까?
유명한 안무가가 과거에 직장을 다닐 때 춤을 춰도 될지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저런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저 질문은 나 또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림과 나. 이제 끝까지 가봐야 할 사이가 됐음을 알았다.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지내온 사이이기 때문인지 나는 여전히 미술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림을 보고 그리는 시간만큼 시간이 잘 가는 일이 나에겐 아직 없었다. 시작도 안 해보고 지나치기엔 난 미술을 너무 좋아한다.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그저 좋아해 보기로
좋아하는 것을 취미로 가져보기로
그리고 도전해 보기로 지속해 보기로.
우물을 여러 개 파는 걸 잘하는 나는 이럴 땐 고민이 짧고 행동이 빠르다. 바로 집에서 가장 가까운 화실을 알아봤다. 내가 선택한 장르는 민화다. 나는 고전을 좋아한다. 오랜 시간 사람들이 찾는 건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고전을 그려보고 싶었다. 시점이 다양해서 입체감이 덜하고 어딘가 평면적인 그림, 그 안에 메시지를 담아내는 우리 그림을. 호기롭게 장비도 다 갖춰 시작하려 했는데 재료비가 생각보다 비싸서 예상치 못한 브레이크가 걸렸다. 일단 원데이 클래스로 첫 발을 내디뎌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