겹겹이 쌓은 하얀 파도처럼
뽀얀 파도를 만들기 위해선 역바림을 해야 한다. 역바림은 말 그대로 바림을 반대로 해주는 것인데 흰색을 더 뽀얗게 보이도록, 그래서 그림이 더 완성도 있도록 해준다.
이때 물감의 농도는 물로 조절한다. 농도가 묽으면 원하는 색이 나올 때까지 여러 번 덧칠을 하고 농도가 진하면 한 번 만에도 역바림을 끝낼 수 있다. 붓질을 덜 하고 완성하는 것이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림을 그릴 때는 번거로운 걸 많이 할수록 좋다.
묽고 연한 색을 여러 번 쌓아 올리면 그림자체가 맑아진다 해야 할까. 묽은 색 붓질 한 번은 거의 티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디를 칠했고 어딜 칠해야 할지 잘 기억하면서 역바림을 해야 할 정도다. 그런데 부지런히 티도 안나는 색칠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새 완성되어 있다. 한두 번만 쌓아 올린 색이랑은 비교도 안되게 투명하지만 완성도 있게.
뭐가 되겠나 싶은 지금 나의 일상도 노력과 치열한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어느 날 내가 꿈꾸는 모습으로 완성되어 있을 것 같았다. 아름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