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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인 Aug 15. 2023

고정관념을 깨면 보이는 것

틀린 것이 아니라 민화라서 가능한 다시점

그림을 그릴 때 이렇게 하는 게 맞나 싶은 의문이 들게 하는 순간이 있다. 초뜨기를 할 때 그랬다. 전공자가 아니라 그림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고 지금은 배우는 과정이라 모르는 것이 많다. 따라 그리는 거라도 이게 바위인지, 먹인지, 벼루인지를 모르면 붓끝에 자신감이 빠지고 고민이 들어간다.


시점이 다양하다는 것을 몰랐을 때다. 서양화를 볼 때 보통 시점이 하나라서 우리가 사물을 진짜 볼 때처럼 느껴진다. 사진처럼 말이다. 그런데 이게 맞다는 틀을 가지고 있으면 민화는 잘못그린 그림처럼 보인다. 민화는 시점이 하나가 아니다. 민화는 여러 시점으로 담아내 윗면만 보여야 하는 물건 옆면도, 윗면도 보여줄 때가 있다.


옛날 사람들은 어쩌면 완벽주의자는 아니었을까.

여러 시선에서 본 사물의 전체를 그림에 담아내고 싶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못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그리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


내 고정관념을 깨버리니 민화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있었다. 고정관념을 깨지 않았다면 나는 따라 그려야 본을 내 생각대로 고치다가 결국 민화 아닌 민화를 그렸을 것이다. 단단한 고정관념은 세상을 보는 눈을 좁게 만들고 어떠한 실체가 가진 아름다움을 발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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