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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정인 Aug 15. 2023

우리는 모두 다른 삶을 그리고 있다

그러니 비교할 필요 없다

좋아하는 것 마저도 내가 이 정도밖에 못해낸단 말인가. 그림을 그리면서 스스로에게 실망스러울 때가 많았다.


나는 왜 이렇게 느릴까.

3시간 동안 이거밖에 못했네.

저분은 벌써 다른 그림을 시작하셨구나.


사실 하늘아래 똑같은 그림은 없다. 민화는 본 그림이라는 게 존재하지만 그것도 어떤 사람이 그리냐에 따라 다른 그림이 탄생한다. 어떤 붓을 쓰는지, 물감을 쓰는지, 힘을 얼마나 주는지, 어떤 종이를 쓰는지 등으로 세상에 하나뿐인 그림이 나온다.


종류는 말할 것도 없이 다양하다. 맹호도는 크기도 크고 그림 자체가 카리스마가 넘친다. 기물이 가득한 그림은 아기자기함이 매력이다. 꽃이 있는 그림은 그리기 시작해 완성해서 걸어놓는 순간까지 마음을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전혀 다른 이 그림들의 공통점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 호랑이는 붓으로 털을 하나하나 그려야 한다. 그래서 선 긋기가 잘 연습돼야 호랑이스러운 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책거리를 그릴 때는 붓으로 직선을 긋는 연습이 필수다. 그래야 책거리만의 반듯함을 만날 수 있다. 그러니 결과뿐만 아니라 과정도 똑같은 그림은 없다. 화실에 오는 사람들은 각자의 시간을 걷고 있다. 누군가는 시작이며 누군가는 완성 코앞까지 왔다.


같은 그림도 아닌데 왜 나는 옆 사람의 삶 그림이 완성돼 가는 것을 그렇게나 의식하고 주눅이 들었는지 모르겠다. 똑같은 인생은 없다. 나의 삶 그림은 타인과 다르다. 완성이 될 줄 알았던 그림을 두 달 넘게 완성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내가 보기에는 다 끝나가는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그런데 포기하지 않으면 내 그림도 언젠간 완성된다. 그럴 수밖에 없다.


어쩌면 내 삶그림은 아주 작고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작은 그림은 그리면서 눈이 빠지겠다 싶은 느낌이 들곤 하는데 이런 그림은 절대 단숨에 후루룩 하고 완성할 수 없다. 작은 면적을 칠하더라도 물감을 만들고 색을 겹겹이 올리는 과정은 동일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느린 호흡으로 완벽함을 그려내고 있다는 것 아닐까. 그림을 그리며 조금 더 참고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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