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이 차오를 땐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
그림 이게 참 뭐라고. 그리면 그릴수록 생각이 많아진다. 내 꿈이 뭘까. 그림이 내 삶에 있는 것. 예술인의 삶을 사는 것. 그렇다면 난 자격이 있는 걸까. 전공자가 아닌 비전공자가 그림을 그리는 삶을 꿈꾸는 것은 정말 꿈인 것인지. 깨야 하는 것인지.
화실을 다닌 지 한 달째만에 자격증을 따겠다고 덤벼들었고 결국 땄다. 쓸 일은 있을지 자신이 없다. 금방 마음이 식을까 봐 오랫동안 해보려고 긴 자격증 과정을 시작했다. 다이어트하겠다고 억지로 필라테스 수업 50회 정도를 한 번에 결제하는 것과 같은 거랄까. 돌아보니 처음부터 그림과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었고 어느 정도 자격을 갖추고 싶은 마음이 컸던 거 같다.
나도 내 이름을 건 전시를 할 수 있을까.
누군가가 시간을 내서 내 그림을 보러 와 줄까.
좋아하는 것을 잘하고 싶은 게 당연한 마음이다. 좋아하는 것을 좋아만 하는 것도 쉬운 것이 아닌 이유는 잘하고 싶은 욕심이 그 마음을 삼켜버려서가 아닐까 한다. 고작 2년째 그림을 그려오면서 그림에 대한 나의 마음은 취미와 꿈 그 사이를 수없이 오갔다. 잘 그려지는 날은 세상에 이렇게 기쁜 날이 있을까 싶었고 마음만큼 잘 안 따라와 준 날은 집에 하루종일 다른 그림을 찾아보고 고민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어떻게 하면 더 멋진 그림으로 완성할 수 있을까 연구하며 틈틈이 전시도 보러 다녔다. 나에게 꿈같은 재능이 있었다거나 꿈같은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여전히 지극히 평범한 재능과 일상만 있다.
하고 싶은 걸 마침내 도전한다고 해서, 오지랖 넘치는 주변의 별스러운 시선을 이겨내어도 드라마 같은 성공을 맛볼 확률은 거의 없다. 즐기기로 마음먹었다면 욕심은 버리고 처음 가졌던 마음을 잊지 말자. 그렇다면 그림은 오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문득 욕심이 올라온다면 이 말을 떠올려본다.
“그냥 좋아서 하는 건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