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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맛있는독서 Dec 19. 2023

16. DRAGON EYES. 화룡점정

트렌드 코리아 2024. 김난도 외 10인  

    

스스로 생각하는 인간만이, AI가 작업한 용의 그림을 완성시키는 ‘화룡점정’의 자격을 얻게 될 것이다.
(p.181)    
 


 한해가 마무리 되어갈 때 쯤이면, 지금 우리는 어떤 키워드로 살아가고 있는 이야기하는 책들로 서점가는 술렁입니다.  그중에서도 일반 대중들이 관심을 많이 갖 책은, 2008년도부터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에서 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 일 것 같습니다. (15년이 넘는 기간동안 매년 10월쯤 같은 제목에 년도만 바꿔 발간하는 시리즈 전략은 소비트렌드를 잘 이해한 기획자의 의도였다고 생각합니다. 10년이 넘는 세월 속에서 이제 독자들이 알아서 기다리는 책이 되었으니까요. 반복과 규칙성은 알게 모르게 당연한 것이 되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10개의 키워드 머리글자를 모아 다음 해에 해당하는 십이간지 동물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간혹 이 부분을 억지스럽다거나 끼워 맞추기라는 평도 있지만, 급변하는 사회의 트렌드를 표현하는 참신한 언어 유희라고 느껴집니다.  작년 <트렌드 코리아 2023(미래의 창), 2022>은 2023년이 토끼해란 점을 감안하여 ‘RABBIT JUMP’란 단어로 잔뜩 웅크린 경제와 사회현상을 말하며 '교토삼굴(토끼는 굴을 세 개 파놓는다.)'이 필요한 시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올해는 어떤 이야기를 했을까요? 


 <트렌드 코리아  2024(미래의 창), 2023> 첫 번째 키워드'분초사회'입니다. '분초사회'에서는 경험에 가치를 둔 시성비가 가성비보다 매력적인 사회가 되었다고 이야기합니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하고 확실한 경험과 완벽한 삶을 추구하는 개인의 욕구가 이미 일상화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늘 경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나 회피 경향이 더 깊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우려가 듭니다. 그 외에도 AI와 인간의 역할을 이야기하는 호모 프롬프트, 완벽한 육각형 인간, 때와 장소, 사람에 따른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 자극과 재미를 는 도파밍, 결혼에 대한 새로운 시각 요즘 남편 없던 아빠, 상시 위기에 대비하는 스핀오프 프로젝트, 검증된 것만 사는 디토소비, 거주가 아닌 관계와 생활 위주의 리퀴드 폴리탄, 약자 돌봄뿐 아니라 제도적 공동체 돌봄 경제까지 총 10가지 키워드를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키워드는 '호모 프롬프트'였습니다. 2023년 3월 오픈형 챗 GPT-4가 대중에게 오픈 되면서 놀라운 결과물들과 우려가 쏟아졌고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또 그 수만큼 다양한 의견을 내놓았기 때문에 <트렌드 코리아 2024>에서 AI와 관련한 키워드를 어떻게 다룰지 궁금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2024년이 용의 해라는 콘셉트를 잡아 ‘DRAGON EYES’를 화두에 올리며 '화룡점정'이라는 표현으로 앞으로는 사람의 역량이 중요하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책 속에서도 등장한 ‘인간에게 쉬운 것은 컴퓨터에게 어렵고, 인간에게 어려운 것은 컴퓨터에게 쉽다’라는 모라벡의 역설을 낙관적으로 해석하자면, 컴퓨터와 인간이 힘을 합치면 엄청난 성과를 이룰 수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2022년 미국 주립 박람회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등을 차지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란 작품이 있습니다. 이 그림은 수상 후 AI가 그린 것으로 밝혀져 자격 논란이 생겼었습니다. 작가 제이슨 앨런은 AI에게 수많은 프롬프트를 입력하는 과정을 거쳐 작품을 완성하였다는 것을 주장하였고 결국 주최 측은 AI를 그 도구로써 활용한 것을 인정하였습니다. 우리는 결과물이 아닌 제이슨 앨런의 역할에 주목해야 합니다.  AI는 그림을 그리는 물감, 붓으로 대체되었고 작가인 제이슨 앨런의 창의적 역량(프롬프트)으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을 완성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챗 GPT와 경쟁하려고 합니다.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챗 GPT는 인간이 입력한 프롬프트, 즉 질문에 가능한 그럴듯한 수치로 답하는 도구입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결과물을 그럴듯하게 만들어내는 AI를 경험하며 언젠가 AI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박태웅의 AI 강의(한빛비즈), 2023>에서 용량이 커질수록, 학습 데이터량이 많을수록, 매개변수가 클수록 '느닷없이 나타나는 능력'에 대해 언급하였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사람의 통제력이 상실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우려감이 큰 것은 사실입니다. 만약 AI가 오염된 데이터를 적용할 경우, 결과물에 오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AI는 인간이 설정한 값(프롬프트)을 바탕으로 계산을 한다는 부분을 주목해야 합니다. 제대로 된 프롬프트를 입력한다면 제대로 된 결과물을 만들테니까요. AI가 사람의 지시어에 따라 살아있는 듯한 용을 그리겠지만 그것이 진짜 용은 아닌 것과 같습니다. ‘화룡점정’이란 단어가 등장하는 설화처럼 용이 승천을 할 수 있게 한 것은 ‘사람이 마지막에 그려 넣은 눈’이었습니다. 


 트렌드 코리아는 경제, 사회,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들의 흔적을 모아 분석하고 기록합니다. 정확한 예측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만족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트렌드는 사람들이 지향하는 삶의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등장하는 단어들이 새롭다고 하여 갑자기 튀어나온 새로운 개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언제나 우리 삶에 있었던 행동양식 중 하나였지만 상황과 생각이 변하고 태도가 변하면서 좀 더 일반적으로 대중화되고 부각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트렌드 코리아 시리즈는 정확한 예측을 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가치관과 그에 따른 결핍, 소망을 이해하기 위해라면 읽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인지 책은 '그러함에도' 기대와 긍정의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이 전보다 비중이 높아졌고 독특함이 매력이 되는 사회가 되었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사람’인 것 같습니다. 사회는 어떤 이유에서든 변화할 것이고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은 언제나 발생하겠지만 사람다움에 대한 고민의 끝을 놓지 않는 2024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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