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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롱말 Sep 11. 2023

우타이테 문화의 변형과 의의

글: 곰팡이(조롱말 필진)


 우타이테란 2000년대 초 쯤부터 시작되어 동방, 보컬로이드 같은 장르에서 나온 곡들을 직접 가창해 동영상을 업로드하는 오래된 오타쿠 문화 중 하나이다. 업로드 플랫폼은 2000년대 초였던 그 당시에 여러 플랫폼이 있었으나, 그 중에서는 ‘니코니코동화(니코동)’에 업로드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니코동이라는 플랫폼이 우타이테 문화의 중심이 되는 가장 보편적인 플랫폼이라는 인식이 완전히 자리잡은 것은 니코동의 쇠퇴가 가까이 다가온 무렵에 니코동에서 조회수가 가장 높은 우타이테 영상들이 유튜브에도 업로드된 시점부터다.


 정확한 시점은 2014~2017년쯤인데, 이 시기에 방영되던 애니메이션들의 영향도 컸다. 진격의 거인, 도쿄구울 등 메이저한 작품들이 현재와 비교했을 때보다 많이 양산되고 있던 시기였다. 이 시기에 호의적인 평가를 받은 애니메이션들의 공통점은 오프닝, 엔딩, 사운드 트랙 등 애니에 포함되는 음악 또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것이다. 이에 영향을 받아 당시 화제가 됐던 애니메이션들의 삽입 음악들을 우타이테가 커버해 게시하며 전례없던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영상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오타쿠를 포함한 애니메이션 시청자 전체라는 큰 범위에 노출되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이 시기가 지나면서 우타이테는 다시 오타쿠들만의 마이너 문화로 돌아오게 된다. 이와 동시에 우타이테 문화의 중심이 되던 니코동이 시대의 흐름에 따른 쇠퇴를 겪으며 현재의 니코동은 소수의 애니메이션 카테고리 이용자만 겨우 남게 된다. 이를 일본 현지에서는 ‘니코동 이탈 현상’이라는 단어도 생길 정도로 사용자가 급감되었다. 원인은 앞서 언급한 유튜브에 니코동에서 업로드된 영상이 그대로 옮겨지며 사용성이 좋은 유튜브로 시청하는 것이 더 용이했음이 첫 번째이며 니코동의 과도한 과금시스템과 더불어 다양한 플랫폼들이 등장한 것의 영향으로 우타이테 문화는 시작점이자 첫 번째 중심 플랫폼이었던 니코동에서 다른 플랫폼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우타이테 문화의 약간의 변형이 일어난다. 기존의 니코동이 문화의 중심 플랫폼이었을 때와 비교하면 특정 장르의 곡을 커버한 영상을 올린다는 기본적인 틀은 그대로이지만 커버하는 곡의 종류의 다양성이 증가하며 일부 니코동 출신의 우타이테들의 상업시장 진출이 이뤄졌다. 우타이테 문화의 중심이 되는 플랫폼이 유튜브로 옮겨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당연한 상업적 수순이나, 일부 오타쿠들은 우타이테가 ‘2차 창작러’의 본질에 그리 벗어나지 않았음에도 상업적으로 이익을 얻는 것을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비판을 담은 소위 ‘저격곡’의 제목인 ‘인터넷 가라오케 맨’ 이라는 단어 자체가 상업 진출을 목표로 하거나, 혹은 진출한 우타이테들에게 거부감을 가진 오타쿠층에서 비판의 의미로 사용되기도 했다.


 우타이테 문화를 지금과 2000년대 초의 행태와 비교했을 때 영상을 소비하는 목적이 ‘단순히 노래실력이 굉장해서’, ‘좋아하는 애니 오프닝의 커버라서’ 라는 원초적인 오타쿠의 니즈와는 다소 멀어졌다. 하지만 오타쿠 문화가 시대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는 흐름에 우타이테 문화 또한 오타쿠 문화에 속해 있기 때문에 이 흐름을 역행할 수는 없다. 또한 우타이테 문화는  애니메이션 장르의 음악을 커버한 후 녹음해 투고하는 단순하면서도 접근이 어렵지 않은 원리로 형성되어왔기 때문에 이 원리 자체가 보존된다는 전제하에 팬층은 계속 유지된다는 점에서 몇 안되는 유기적인 오타쿠 문화 중 하나라는 의의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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