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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Apr 07. 2024

공부도 재주랍니다

 음악에 소질이 없노라 말하고, 미술에 재주가 없다 이야기하며, 선천적으로 운동 능력을 타고나지 않았노라 이야기하면서도 공부에 재주 없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정말 공부는 재주에 관계없이 노력하면 누구라도 잘할 수 있게 되는 것인가요? 음악, 미술, 체육을 잘하려면 노력과 함께 재주가 필요한 것처럼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도 타고난 재주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부모님들은 동의하기 어렵겠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공부에 재주가 없는 아이들을 많이 봅니다. 물론 공부 재주를 타고났다고 해도 노력 없이는 공부를 잘할 수는 없습니다. 재주보다 노력이 훨씬 더 중요하지요. 또 아무리 재주를 타고나지 못했다 해도 연습을 많이 하면 웬만큼 노래 부를 수 있고 그림 그릴 수 있으며 운동 실력도 일정 수준에 오를 수 있는 것처럼, 공부 재주를 타고나지 못했어도 노력으로 어느 정도의 실력을 쌓을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예체능에서 타고난 재주 없이 노력만으로는 최상의 실력에 도달할 수 없는 것처럼 공부 역시 아무리 많은 노력을 기울인다 해도 공부 재주를 타고나지 못하였다면 최상의 성적을 얻을 수는 없습니다. 

 공부 재주에는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는 능력까지 포함됩니다. 엉덩이가 무거운 것도 타고난 재주라는 이야기이지요. 암기력, 이해력, 추리상상력, 논리적 사고력을 가지고 태어나야만, 확고한 삶의 목표가 있어야만, 고통을 참고 견딜 만한 능력이 있어야만 공부를 잘할 수 있답니다. 이 중 한 가지만 부족해도 공

부를 잘하기 어려운 것이지요.

 운동 못한다고 행복하지 않은 것 아니고, 음악 못한다고 불행한 것 아니며, 미술에 소질 없다고 왕따 당하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공부 못한다고 문제가 발생하는 것도 아닙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고 인간은 누구나 자신만이 잘할 수 있는 재주가 있고, 그 재주를 잘 살릴 수 있다면 공부와 관계없이 모두

모두 행복할 수 있습니다. 어른이 되어 행복하게 잘 사는 사람들은 학창 시절에 공부 잘한 사람들일까요? 아닌 것 아시잖아요. 공부 잘하면 행복해질 확률이 조금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모르지 않잖아요.

 교육의 궁극적 목표가 ‘행복’ 임을 잊고 사는 것 같습니다. 미래의 행복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행복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도 모르는 것 같고요. 영어·수학에 재주가 없고 음악에 재주가 있는 아이에게, 음악은 하지 말고 영어·수학만 하라는 것이 잘못인 것도 모르는 것 같고요. 거의 모든 학부모님들이 영어·수학 못해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애써 모른 척하는 것 같아 많이 안타깝습니다. 공부도 재주임을 인정한다면, 노력한다고 누구나 공부 잘할 수 있는 것 아님을 받아들인다면, 그래서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것이 용서된다는 생각을 버릴 수만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이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성경도 우리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한 몸에 많은 지체를 가졌으나 모든 지체가 같은 직분을 가진 것이 아니니, (중략) 우리에게 받은 은혜대로 받은 은사가 각각 다르니 혹 섬기는 일이면 섬기는 일로, 혹 가르치는 자면 가르치는 일로, 혹 위로하는 자면 위로하는 일로, 구제하는 자는 성실함으로, 다스리는 자는 부지런함으로, 긍휼을 베푸는 자는 즐거움으로 할 것이니라.” 

 그렇습니다. 타고난 재주 대로 사는 것이 가장 멋진 삶이고 행복에 다가가는 지름길입니다. 공부, 중요하지요. 안 하면 안 되지요. 그러나 잘해야만 하는 것도 분명 아니지요. 건강한 시민으로 살아가는 데 불편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지 일등을 목표로 공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요. 운동에 재주 없는 아이에게 운동선수 되라고 이야기해서는 안 되는 것처럼 공부에 재주 없는 아이에게 공부 일등을 해서 명문대학교에 가야만 한다고 이야기해서도 안 되는 것이지요. 공부도 재주임을 인정할 수 있는 사람만 어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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