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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May 07. 2024

많이 배우면 공부 잘할 수 없습니다

 공부의 또 다른 이름은 ‘학습學習’입니다. ‘배울 학學’에 ‘익힐 습習’이지요. 배우는 것만을 공부라 할 수 없고 익히는 것만을 공부라 할 수 없으며 배움과 익힘을 함께했을 때 ‘공부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겁니다. 사교육이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었는데, 연구해 보니 이유는 분명하였습니다. 사교육이 성적 향상으로 이어지기는커녕 성적 하락이라는 결과를 가져오는 이유는 ‘익힘의 시간을 가질 수 없음’ 때문이었습니다. 사교육을 통해 배우는 것 자체가 나쁜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사교육이 익

힘의 시간을 빼앗아 버리기 때문에 예상 밖의 결과가 나오는 것입니다. 사교육이 익힐 시간, 생각할 시간을 빼앗는 훼방꾼 역할을 하기 때문에 성적이 제자리걸음하고 있다는 이야기이지요. 

 공자는 ‘학이시습지불역열호學而時習之不亦說乎’라고 하였습니다. ‘배우고 그리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라는 뜻입니다. 배움만으로는 즐거움이 될 수 없고 익힘이 있어야 즐거움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배움 뒤에 익힘이 있어야 실력이 쌓여 즐거울 수 있는 것이니 익힘에 힘써야 한다고 하였던 겁니다.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배움만 있고 생각함이 없다면 얻어지는 것이 조금도 없다는 뜻입니다. 배움이 중요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배움만으로는 지식을 쌓을 수 없다는 이야기이지요.

 어찌 공부뿐이겠습니까. 운동도 음악도 미술도 기술도 ‘배움’과 더불어 필요한 것이 ‘익힘’과 ‘생각하기’입니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에게 배웠다고 모두 훌륭한 학자, 선수, 음악가, 미술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배운 후에 반드시 스스로 연구하고 반복해서 익혀야만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습니다. 교육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오랜 고민 끝에 찾았습니다. 파랑새가 처마 밑에 있었듯 교육 문제의 해법 역시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많이 배우면 오히려 아는 것이 적어진다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면 오히려 성적이 떨어진다는, 익히지 않으면 배움도 의미가 없다는, 하고 싶어서 하지 않고 억지로 하게 되면 흥미와 효율이 떨어진다는, 자기주도학습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 그것입니다. 

 교사도 부모도 욕심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나거나 건강을 해치게 되는 것처럼, 지나치게 열심히 뛰면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주저앉게 되는 것처럼, 지나친 친절은 상대방에게 부담과 고통을 주는 것처럼, 너무 많이 배우게 되면 스스로 공부할 시간을 가질 수 없게 되어 오히려 실력을 쌓을 

수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가르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가르치기는 하되 적당한 선에서 가르침을 멈추고 혼자 익히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기다려야 한다는 말입니다. 

 실력 쌓음은 배움과 익힘을 함께했을 때에만 가능합니다. ‘배움’ 없는 ‘익힘’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배움’만 있고 ‘익힘’이 없는 것 역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닙니다. 배우기만 할 뿐 익히지 않는다면 자기 지식으로 만들 시간을 갖지 못하여 실력 향상으로 이어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익혀야 할까요? 백지에 공부한 내용을 적을 수 있을 때까지 익혀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익혀야 하는 것이지요. 어렵다면 조사 정도만 남겨 놓고 지운 다음 읽어 내려갈 수 있을 때까지 익혀야 합니다. ‘아는 것 같은 것’을 ‘아는 것’으로 착각하는 아이들이 많은데, 누군가에게 설명하지 못한다면 아는 것이 아니라고 인정해야 합니다.

 공부할 내용이 너무 많아 시간이 부족하다고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공부하는 책을 줄이는 것입니다. 많은 책으로 공부하면 공부를 잘할 것 같지만 사실 책이 많으면 오히려 공부를 잘할 수 없습니다. 한 권의 책이어야 반복이 가능하고 반복해야만 자신의 지식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한 권의 책을 익히고 또 익혀서 완벽하게 자신의 지식으로 만드는 것이 좋습니다. 교과서 한 권으로 충분한데, 부족하다면 한 권의 참고서만 더하면 됩니다. 시험 문제는 교과서를 중심으로 출제된다는 사실, 그리고 교과서에는 개념이 잘 설명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참고서는 말 그대로 교과서가 이해되지 않을 때에 참고로 보는 책입니다.     

 어떤 방법을 사용해서라도 자녀를 명문 대학에 보내고 싶어 하는 부모님의 마음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겠습니까? 대한민국의 학부모 중 그 누구도 이 욕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저 역시 자녀와 제자들이 공부 잘해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게 되기를 누구 못지않게 소망해 왔으며 앞으로도 그 욕심을 포기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공부 욕심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배움’보다 ‘익힘’을 중요하게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학원 선생님들이 실력 있을까요? 있습니다. 진심으로 인정합니다. 열정이 있을까요. 학교 선생님보다 많지요. 성실할까요? 물론입니다. 그런데 왜 사교육이 좋지 않다고 이야기하냐고요? ‘배움’이 중요한 것 아니라 ‘익힘’이 중요하기 때문이고, 사교육 받느라 익힘의 시간을 갖지 못하면 얻는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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