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고 또 생각해야 합니다
칠판에 ‘생각 사랑’이라 써 놓고 아이들에게 무슨 뜻인지 설명해 보라 했더니 이런저런 해석이 나왔습니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은 뒤 ‘생각하기를 사랑하라’ ‘사랑할 것을 생각하라’ ‘생각하고 사랑하라’라고 설명해 주었더니 고맙게도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가장 멋진 급훈을 만들었다는 뿌듯함에 다음 날 태극기 옆에 ‘생’ ‘각’ ‘사’ ‘랑’ 네 글자를 큼지막하게 붙였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중요한 시험인 대학수학능력시험. 해마다 출제위원장이 사고력 측정에 주안점을 두고 문제를 출제하였다고 분명히 밝히는데도 대부분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이 말에 귀 기울이지 않습니다. 사고력이 ‘생각 사思’ ‘곰곰이 생각할 고考’ ‘힘 력力’으로 ‘생각하고 생각하는 힘’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터인데, 학생들은 생각하기에 힘쓰기는커녕 생각하기를 귀찮아하고 선생님들도 생각할 기회를 주지 않으며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할 때까지 기다리지 못합니다.
뉴턴은 어떻게 만유인력의 아이디어를 발견했는지 묻는 질문에 “내내 그 생각만 했습니다”라고 대답하였고, 아인슈타인 역시 어떻게 상대성원리를 발견했느냐는 물음에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라고 답했습니다. 묵묵히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은 도전의 결과라는 이야기이지요. 창의성 역시 그 시작은 ‘생각하기’입니다. 생각하기는 학문에서 뿐 아니라 삶 전반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생각하는 축구라야
승리할 수 있고, 생각하는 요리라야 맛이 있으며, 생각하는 여행이라야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생각 없이는 승리도, 맛도, 즐거움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이지요.
어린 시절에 생각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빨리빨리’를 친구삼지 말고, 눈앞의 결과에 연연하지 말며, 결과물을 얻지 못하더라도 과정만으로 즐거워하고 만족할 줄 알아야 합니다. 시나 소설을 온전하게 감상하지 못하는 이유 역시 깊이 생각하지 않고 생각하는 것을 귀찮아하기 때문입니다. 즐거움과 행복은 신나게 웃고 떠들며 노래할 때 찾아오기도 하지만, 혼자 조용히 음미하고 생각하면서 새로운 진리를 깨달을 때에 더 크고 강하게 우리를 찾아와 미소 짓습니다. 노래를 감상할 때도 멜로디에 심취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가사의 의미까지 음미하게 되면, 멜로디로는 느끼지 못했던, 인간을 이해하고 세상의 이치를 깨닫게 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큰일을 해낸 사람, 의미 있는 삶을 살다 간 사람, 세상 사람들의 존경을 받은 사람들은 대부분 독서와 함께 생각하기를 즐겨하였습니다. 배우지 않고 생각하는 것도 위험하지만 생각 없이 배우기만 하는 것도 위험합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생각하여 판단하기보다 주위 사람들의 생각을 무작정 좇아가기 바쁩니다. 학생들 역시 생각 없이 읽고 암기하고 문제 풀이만 하다 보니 정작 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합니다.
교육이 우리 삶에 행복을 주기보다 피폐함만 준다면, 교육 때문에 고통스럽다면 그것 역시 ‘생각 없음’ 때문입니다. 교육 정책을 수립하는 사람이나 현장에서 아이들을 지도하는 선생님의 ‘생각 없음’도 문제지만, 부모님이나 학생의 ‘생각 없음’도 문제입니다. 생각해 보지 않고 과거의 것을 답습하고, 비판적 사고 없이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따라 하는 것은 어리석음입니다.
세상을 알아 갈수록 생각하기의 중요성이 절실히 다가옵니다. 무슨 일이든 성패는 ‘생각하기’에서 결정된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생각하기의 중요성을 진즉 깨달았다면 지식도 지혜도 더 많이 쌓고, 훨씬 더 멋진 삶을 살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생각 사랑’을 큼지막하게 써 붙인 제 마음을 아이들이 빨리
알아준다면 좋겠습니다. 공자님도 학이불사즉망(學而不思則罔)이라 하였습니다.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는 뜻이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