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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승호 Jun 30. 2024

혼자 있는 시간을 사랑하면 좋아요

산에는 꽃 피네

꽃이 피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피네.

산에

산에

피는 꽃은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꽃이 좋아

산에서

사노라네.

산에는 꽃 지네

꽃이 지네

갈 봄 여름 없이

꽃이 지네.      

 김소월의 시 <산유화>입니다. 이 시는 학창 시절 처음 만났지만 그때 만남은 수박 겉핥기였고, 진정한 만남은 선생이 되고도 한참 뒤였습니다. 세상을 조금 안 뒤에야, 찬찬히 이 시를 읽은 다음에야 비로소 고개를 끄덕일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꽃이 피듯 사람이 태어나고, 꽃이 저만치 혼자서 피는 것처럼 사람 역시 어느 귀퉁이에서 혼자 고독하게 살아갑니다. 새와 꽃이 고독하듯 인간 역시 고독에서 벗어날 수 없고, 꽃이 남김없이 지듯 사람 역시 흔

적 없이 죽는다는 삶의 진리를 이 시를 통해 깨달았습니다.

 인간뿐 아니라 세상의 모든 존재가 근본적으로 고독하다는 사실을 알고 마음이 가벼워졌습니다. 나만 외로운 것이 아니라 세상 만물 모두가 외롭다는 사실에 편안함까지 느꼈습니다. 다른 사람들도 외롭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안도하는 저의 모습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그런 옹졸함이나 이기심을 저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미소를 지었습니다.

 김현승의 시 <가을의 기도> 역시 고독의 가치를 깨우쳐 준, 저를 성숙하게 만든 시였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읊조리고 학생들에게도 암기하라고 합니다. 주제연이 3 연이기에 1,2연은 생략하고 3연만을 적어 봅니다.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나무 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고백건대, 젊은 날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를 이해하지 못하였습니다. 호올로 있게 해 달라니? 고독하게 해 달라고 기도하다니?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위대한 것들은 모두 고독에서 탄생한다는 사실, 고독은 아름다운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모든 창작과 발전이 고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알게 된 것이지요. 

 예전에는 고독을 피하려 했고 혼자 있는 것이 싫어 늘 함께할 누군가를 찾아 두리번거렸는데, 나이를 먹으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좋아졌고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왼손엔 고독 오른손엔 땡볕을 잡고 배낭 하나 둘러매고 이곳저곳을 걷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면서 어렸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길 수 있었다면 내가 좀 더 성숙하였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을 성숙시키는 요소 중 하나가 고독입니다. 위대한 모든 것은 고독 속에서 탄생했고, 많은 위대한 사람들이 고독의 중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도 고독의 시간을 즐겼다고들 말합니다. 여러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홀로 있는 시간에 집중력, 사고력, 창의력이 발휘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홀로 있을 때에는 자신의 능력과 기호에 맞게 문제를 설정하고 스스로 시간을 조절할 수 있으며 시간 낭비도 줄일 수 있습니다. 혼자 있는 시간이라야 여유 부릴 수 있고 깊이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홀로 있는 시간을 주고, 권리도 책임도 부여하고 그 시간을 스스로 가꾸어 갈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어차피 시험장에서는 혼자이고, 일상생활에서도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더불어 살지만 사실은 혼자입니다. 처칠은 “외로운 나무는, 어쨌든 자라기만 한다면 강

하게 자란다”라고 하였습니다. 진정한 자유는 고독 속에서만 누릴 수 있고 참된 행복과 참된 발전도 고독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고독을 친구 삼을 수 있어야 합니다. 고독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숙의 자양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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