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초등학교 때에는
'말하기. 듣기. 쓰기'라는 과목이 있었다.
한 단원이 끝나는 장에는 '바른 글 쓰기'라는 코너가 있었고
궁서체로 어떤 문구를 5번쯤 따라 써야 했다.
선생님은 늘 수업이 끝나기 전에
'바른 글 쓰기'코너를 쓸 시간을 주었고
다 쓴 아이들은 검사를 받고 나면 바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어떻게 그렇게 빨리 쓸 수 있는지
늘 먼저 검사를 받던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가장 먼저 선생님 확인을 받으면
의기양양하게 돌아와 공기놀이를 했는데,
혼자 놀이하기가 심심했는지
아직 안 쓴 친구들에게 살며시 다가가
"야, 내가 대신 써줄까? 줘 봐." 하고 말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보지 않도록 등을 돌려
책을 대신 내어주었다.
나에게도 물론 그 친구가 왔던 기억이 있다.
나는 내 책에 내가 아닌 다른 친구가 쓰는 것이 싫었고
꼭 내가 하고 싶었다.
쉬는 시간이 줄었지만 한 획, 한 획을 꺾어가며
똑같이 쓰려 노력했다.
그리고 학기 말에 받는 '바른 글 쓰기 상'에서
그 친구가 아닌 내가 상을 받았다.
고등학교 때에는 학원에서 낸 숙제를 안 해간 날,
가만히 앉아서
다른 친구들이 숙제할 때 고민한 문제에 대해
선생님과 나누는 상호작용을 가만히 듣고 있는 내 모습이
무안하고 창피하고 화가 났다.
숙제를 밀리기가 싫어서 꼬박꼬박 하고
시간이 남으면 미리 더 많이 풀어두었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꼭 내가 해내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밤을 새도 졸리지가 않다.
그런 나에게 '육아'라는 과제가 주어졌다.
내가 꼭 하고 싶었다.
잘 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