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조리를 하며 아기와 매일 집에 있었다.
햇빛도 보고 싶고
바람도 쐬고 싶은데
왠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았다.
10킬로가 넘는 배가
하루아침에 쑥 빠졌기 때문인지
몸이 축 처지고 으슬으슬 허 한 느낌이 들었다.
조금만 걸어도 지칠 것 같고
바람 한 결에도 감기가 들 것 같은 기분.
그런데 나들이의 날이 몇 달에 한 번 찾아왔다.
아기의 예방접종 날.
나는 분명 눈 오는 날 출산을 했는데,
남편이 말하길
지금은 밖이 아주 따뜻한 봄이 왔단다.
그래도 발목 덮는 양말과 긴 가디건을 껴입었다.
감기와 피곤은 웬걸.
그날은 살랑이는 바람도 좋았고
반짝이는 햇빛도 좋았다.
주사 맞은 아기의 울음소리에
나도 주사를 함께 맞는 듯
눈을 질끈 감으며 말했다.
아기야, 건강해지는 주사란다.
세상이 너를 맞이하도록 하기 위함이란다.
살랑이는 바람을 반짝이는 햇빛을
마음껏 즐길 준비.
엄마도 너도 그리고 아빠도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