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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캔디D Jun 17. 2022

력사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220319

친구들과 눈 쌓인 산길을 걸었다. 앞서 손잡고 걸어가는 친구 커플을 보며, 이런 손 시린 날 력사가 옆에 없어서  아쉽다 싶어 진다. 력사랑 같이 왔으면 미끄러지지 말라고 엄청 신경 써줬을 텐데라고 생각을 하다가, 력사라면 이런 미끄러운 길에 손잡으면  미끄러진다고 장갑 끼라고 했겠다 싶어  피식 웃었다.


력사같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있을까


사실 전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졌을 때도 같은 생각을 하긴 했다


오래 만났던 대학 선배는 이제까지 만난 사람 중 제일 내 자존감을 높여주던 사람이었다. “캔디 말이 맞고”, “캔디는 똑똑하니까”가 입에 붙어 있던 사람. 내 성질머리를 다 받아주던 그 사람과 헤어지고도 그랬다. 주변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이야기했다. 너 어디 가서 그런 애 다시 못 만난다고.


그 다음다음에 만났던 애인은 참 똑똑한 애였다. 너무나 똑똑하고 매력적인 데다가 말도 너무 잘 통해서 둘이 밤새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과 헤어지곤 생각했다. 이렇게 통하는 사람은 다시 못 만날 것 같다고.


그리고 력사를 만났다. 이렇게 나를 안정적으로 만들어주는 사람은 이전에 전혀 없었다. 력사를 만나고는 모든 게 괜찮아졌다고 느꼈다.


력사가 사라지고, 내 삶이 무너졌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걷다가 보니 내 걸음걸음을 받쳐주던, 손을 잡아주던 지팡이가 사라진 것과 진배없다 싶다. 꼿꼿하게 서서 걸어가지만, 다리는 자꾸 후들거리고, 종종 넘어질 듯 비틀거린다. 그 길에 친구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어가다가 넘어질 것 같은 나를 잡아주고 또 잡아주고 있다. 오늘처럼.


오늘은 그래서 간만에 력사에게 화가 났다.


“거봐, 네가 없으니까 모든 게 이모양이야”


하지만 력사는 답하겠지,


스스로 좀 챙기라고.


저번에 력사 어머니랑 통화를 하는데, 내 건강 걱정을 하시면서 력사가 ‘나보다 캔디 건강이 걱정이다’라고 했다며, 건강 챙기라고 거듭 말씀하셨다.


망할 년. 내 건강은 네가 사라지면서 텄다.

너무나 큰 핑곗거리가 생겨버렸다.


이렇게 내 걱정을 하고 나를 살뜰히 챙겨주던 력사같은 사람을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나도 챙기지 못하는 내가 사람답게 살 수 있게 챙겨준 사람이었는데.


내가 스스로 서야 하는데, 챙겨줄 사람 없다는 투덜만 계속하게 된다. 네가 많이 보고 싶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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